# 1. 임승수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최근, 남편이 팟캐스트 '임승수의 좌변기'를 소개해주었고, 그를 통해 알게 된 책이다. 나는 몇 년 전부터 잊을만 할 때면 새로운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있다. 블로그가 아니었다면 30대초반에 내가 이런 제안을 받을 수 있었을까? 40대에 에세이를 내고 싶다는 막연한 '버킷리스트'는 있었지만 30대에 먼저 제안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생각하기엔 아직 '이르다'싶고, 내 머릿속에 있는 것들이 남들에게 재미있게 읽힐만한 의미있는 책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자신이 없었다. 제안을 받을때마다 고민하고, 스스로 포기하기를 여러번, 이런 꼴을 기징 가까이에서 지켜본 남편이 이 사람 이야기 한 번 들어보라 해서 팟캐스트를 듣게 되었고, 그의 새 책을 살펴보니 목차도 마음에 들어 e북으로 사 보게 되었다. 

이 책은 내 인생에 '책쓰기'라는 버킷리스트가 들어있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주제의 책이다. 이제까지 '글쓰기'에 대한 책은 많았지만 '책출간하기'에 관한 책을 찾아보기 힘들었으니까. 게다가 이 책은 작가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서적이 아닌지라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아주 쉬운 책이라 블로거들에겐 아주 좋은 난이도이다.

블로그를 잘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으로 이 책을 꼽은 이유는 간단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책 만들기'에 '블로그 운영하기'를 집어넣으면 꽤나 많은 부분이 들어맞기 때문이다. 물론 블로그는 '책'이 아니므로 책처럼 주제를 향해서만 나아갈 이유도 없고, 목차가 뚜렷해야 할 이유도 없다. 책보다는 훨씬 아마추어적이고 인간적이다. 책을 구매해야 하는 부담 없이 많은 이들에게 읽혀지므로 돈값을 하는 글이어야 한다는 부담도 없고, 독자들에게 욕 얻어먹을 확률 또한 낮아진다. (물론, 공짜 글이라도 낚시성 기사라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이 책은 '글쓰기'라기보단 좀 더 실용적인 '책쓰기'에 대한 노하우와 경험을 제시하고 있다. 중간중간 저자들의 인터뷰도 싣고 있는데, 소위 말하는 자칭, 타칭 '작가님들'이 아니어서 담벼락이 낮아 공감대가 넓다. 저자 자신이 이공계 출신의 사람으로서 인문학 서적 저자로 살고 있어서 그런지, 이 책에 등장하는 저자들의 인터뷰는 훨씬 더 실제감있다. 나도 책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간략하게 언급된 '글쓰기 팁' 또한 초보자를 겨냥하고 있어 짧고 간략하게 핵심정리만 잘 해 두었다. 블로그를 막 시작하는 사람들이 블로그의 주제와 카테고리를 설정하는데에도,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에도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다소 실망한 점도 있다. (저자 임승수님은 본인 리뷰를 다 찾아보신다 했는데, 혹 제 리뷰를 읽으신다면 좀 민망하고 죄송스럽지만 솔직하게 쓸게요;;;) 먼저 팟캐스트와 중복되는 내용이 많다는 점이 조금 실망스러웠다. 책을 출간한 후 방영한 팟캐스트에서 책 속의 내용을 꽤 많이 언급하셨는데, 이미 들었던 내용이 나오는 챕터에서 집중력이 흩어지기도 했다. (이 책을 읽을 생각이 있으시다면 저자의 팟캐스트 중 책에 관련된 부분은 듣지 않으시기를 권한다.) 또 하나 이 책의 독특한 형식은 책을 쓴 저자들의 인터뷰가 중간중간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인터뷰의 길이가 꽤 길어서 저자의 톤에 대한 흐름이 끊기기도 했는데 그런 스타일은 내 취향은 아니었다. 물론 역으로, 인터뷰 수록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한번에 경험할 수 있다는 건 이 책의 강점이 되기도 한 셈이니 순전히 내 취향 문제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 저자의 생각이 나와 같지 않은 부분도 구석구석 있었지만 대략 80%정도는 동의할만한 내용이었기에 추천하는 바이다. 글쓰기 초보자인데 독서에도 초보자라면, 가독성이 좋고 빠르게, 단숨에 읽히는 이 책은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블로그든 책쓰기든 시작하고는 싶은데 감이 안온다면, 이 책의 솔직함은 실용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