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유년시절을 보낼때는 미술감상이라하면, 학교 미술시간에 교과서에 실린 조그마한 그림을 보며, 그림과 제목과 작가와 작가의 성향을 암기하는 것이 고작이였습니다. 그렇게 교육받고 커서 그런지, 아니면 선천적으로 미학적인 부분이 뒤떨어져서 그런지.. 명화를 볼때 감동을 받는다거나, 심미적 만족감을 얻는다거나 해 본 경험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잘 그린 그림은 마치 사진을 찍어놓은 것처럼 그림을 세밀하고 정교하게 그리고, 표현기술이 뛰어난 그림이라는 고정관념속에서 그림의 가치와 수준을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의 제목은 아이러니합니다. 어떻게 명화가 못생길수가 있을까요? 잘 생기게 그려야 잘 그린 그림이고, 명화가 되는게 아닐까요?  하지만, 정답은 제목속에 있네요. 못생겨도 명화라는 것을요. 단지, 다양한 시각과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개성적인 표현방법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것을요..

 

제가 자라온 옛날과 다르게 문화적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며 커가는 두 딸아이, 한결이, 한샘이는  돌이 되기전부터 색상에 민감하고, 연필을 손에서 놓지 않더니, 7살이 된 지금도 늘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대화하고, 아무런 주저함이나 거리낌없이 쓱쓱 그림을 그려대는 예비화가랍니다.  딸 아이들이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면서, 엄마인 저도 유아들의 그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답니다. 유아들의 그림도 잘생긴 명화처럼 어떤 정형화된 기준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색칠을 할 때 꼼꼼히 칠해야 잘 그리는거다. 천진난만하게 그려야 잘 그리는거다... 등등..

그러나, 못생긴 명화도 명화인 것 처럼.. 색칠을 꼼꼼히 하지 않고, 어른이 그린 듯하게 그리는 한결이 ,한샘이의 화풍도 틀어 박힌 생각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표현 방법이기에, 감히 명화라고 칭해주고 싶답니다. 이 책을 접하고나서, 딸 아이들의 그림을 엄마인 제가 자신있게 인정해 줄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감사하답니다.  

 

이 책은 책 장 마다 그림이 두 작품씩 실려 있기때문에, 엄마가 읽어주고 설명해주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그림을 보며 감상해 볼 수 있기에 좋답니다. 두 작품을 아이 나름대로 비교해보면서 예술적인 시각이 발달하겠지요?

 

책머리에는  책에 대한 설명을 상세히 올려놓았고, 책을 보는 방법을 올려 놓았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보라고 되어있네요. 하지만 저는 아이 혼자 먼저 보게 하고, 충분히 나름대로 느끼게 놔두고, 나중에 감상포인트, 화가정보, 자세한 설명을 나누었습니다.

 

책의 차례는 작품을 동그라미에 담아서.. 미술 감상책 답게 예술적으로 꾸며있네요. 책을 읽기 전에 차례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실려있는 그림에 대해 감상해보고, 읽고 나서는 차례를 보며 다시한번 되새길 수 있었답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잘생긴 명화는 대부분 못생긴 명화보다 옛날 그림이라는 것입니다. 그만큼 사고가 자유롭지 못할 때에는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잘 그리는 것으로 여겨졌고, 시대가 흘러 다변화된 사회에서는 생각조차도 다양화되어 여러가지 훌륭한 작품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수련"의 경우, 잘 생긴 그림은 마치 사진과도 같았답니다. 이 전의 저의 관점에서는 최고로 잘 그린 그림으로 생각되었을 작품이지요. 그렇지만, 평생동안 수련을 그려 온 모네의 작품은 정교하게 그리지는 않았지만, 멀리에서 볼 때 실사와 같이 정교하게 느껴지는 정말 멋진 작품이네요.

 

대부분의 작품이 1년내에 완성이 되었다면, 구스타프의 "생명의 나무"는 무려 4년동안이나 그려졌고, 제 눈에는 그저 덜 다듬은 스케치같은 작품이 명화로 인정받는 다는 게 놀라왔습니다.

 

프랑스 노르망디 바닷가의 "에트르타 절벽"은 똑같은 곳을 다른 두 작가가 그린 그림으로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였습니다. 절벽의 형상과 하늘의 상태와 백사장의 모습까지,, 같은 장소지만, 전혀 다른 느낌이 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밀레를 존경하였던 고흐는 밀레의 "별의 빛나는 밤에"를  자신의 스타일로 모사하였답니다. 참으로 다른 느낌의 명화가 탄생하였네요. 아쉬운 것은 고흐에 대한 설명중에서 자살하기 1년전에 이 그림을  그렸다고 쓰여 있는 부분에서 아이들에게 문구 그대로 읽혀주기가 좀 망설여졌네요. '자살'이라는 단어가 좀 자극적인 것 같이 느껴져서, '세상을 등지기 전' 내지는 '숨지기 전' 이라고 표현 했으면 더 부드럽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봤답니다.

 

5월 10일 토요일에 교회에서 하는 그림대회에 한결이, 한샘이가 참여하였답니다. 4절지에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이라는 주제로 그리는 대회였는데... 마치 둘이서 같은 풍경을 보며 그리는 것 같이 비슷한 그림이 나왔습니다. ^^

 

작품을 제출하려할때 색상을 더 꼼꼼히 해야 한다고 인솔하신 분이 그러셨습니다. 마치 페인트로 인쇄한것 같이 다들 채색하고 있었고, 아이들이 힘에 부쳐하니 어른들이 색칠을 해주기도 하는 모습이 눈에 띠었습니다. 하지만, 한결이, 한샘이는 엄마의 손을 전혀 거치지 않고, 수채화로 그린듯한 크레파스 그림을 당당히 제출했답니다.  결과는 어른들의 손길이 간 꼼꼼히 색칠한 그림들이 상을 탔고, 한결이,한샘이는 참여하는데에 의의를 두었답니다. "잘생긴 명화, 못생긴 명화"를 읽고서는 이 아이들의 그림이야말로 못생긴 명화가 아닌가 하는 몹쓸(?) 자신감이 생겼답니다. 아이들의 개성을 인정해주는 엄마의 안목이 생겼답니다.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