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래 시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시인과 시를 좋아하는 이들이 들으면 공노할 일이지만, 본인은 짧은 시구에 진리를
결코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 그러나 그곳에도 '진실'은 있다. 때문에 나는 시를 읽고, 시를
보고, 시를 느낀다.
나는 지금까지 시에 대해 '리뷰'한다는 생각은 추호도 해본 적이 없다. 왜 시를 '평론' 해야 하는가? 왜 시를 '분석'해야
하는가? 言은 象을 표현하고, 象은 意를 표현한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言은 意를 망친다고 생각한다. 언어는 유한한 것이기
때문에 이 세상 그 어떠한 것도 완벽하고 적실하게 표현할 수 없다. 이는 소설가를 지향하는 본인에게 아주 치명적인 생각이긴 하나,
사실인 걸 어쩌나. 인정할 건 인정하자. 이와 마찬가지로 나는 시를 분석하거나 평론하는 행위가 결코 그 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단계로까지는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시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시는 읽는 사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다의성. 그것은 시의 가장 본질적인 측면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내가 왜 리뷰를 쓰는가. 왠지, 써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에 대해 '평론'이나 '분석'이 아니라,
그저 나의 '느낌'을 주저리주저리 말하는 것 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내 평생 처음으로 시 리뷰를
해보려 한다.
『소를 웃긴 꽃』! 윤희상 시인의 시집 이름이다. 나는 지금까지 시인을 다섯 명 정도 만났는데 윤희상 시인은 그 중 가장
시인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분이었다. 벌써 윤희상 시인을 뵌 지 6개월이 지났다. 그에 대한 인상은 정말 아주 남달라서 지금도
생각이 난다. 내 기억력이 그리 좋지 않아 그가 했던 말들을 여기에 그대로 옮겨 쓸 수 없어 안타깝다. 나의 희미한 기억으로 그를
더듬어 보건대, 윤희상 시인은 '좋은 시인' 나아가 '좋은 문학인'이었다.
그런 그의 시집 『소를 웃긴 꽃』에는 가벼운 익살에서 통절할 정도의 아픔까지 모두 담겨 있다.
'나주 들판에서/정말 소가 웃더라니까'로 시작되는 「소를 웃긴 꽃」이라는 시는 비단 '소'만이 아니라 읽는 독자들까지 웃길 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시다. 재기발랄한 발상으로 그려낸 이 시는 윤희상 시인 자신이 모두 쓰고 나서(이 짧은 시 한 편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고쳤다고 한다) 굉장한 희열을 느꼈다고 소회할 정도로 군더더기가 없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는 「금붕어와 싸웠다」라는 시다.
금붕어와 싸웠다
-윤희상
나에게는 금붕어가
어항 속에 있고,
금붕어에게는 내가
어항 속에 있다
그래서,
금붕어와
나는
밤이 새도록 싸웠다
이 시는 아주 재미있는 시다. 짧고 시니컬하게 적어 내려 오히려 통통 튀는 맛이 있다. 그러나 '나'와 '금붕어'의 대립의 성격이 무엇인가를 잠시 생각해보면 그 뜻깊은 시의가 느껴져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
「田榮鎭」, 「영진이 여동생」 등은 시인이 직접 체험한 광주 민주화 항쟁에 대한 시이다. 이 시에서 그는 역시 짧고 감정이
결여되었다시피한 딱딱한 말들로, 나의 감성을 자극했다. 이 시들에는 굳이 눈물을 짜내지 않으면서도 가슴을 후벼파는 시어가 있다.
위 시들은 조금은 개인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그에 대한 비극성을 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1980년 대 당시의 시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곧바로 부정할 수밖에 없다. 이는 시인이 다만 주변의 잃은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각을 확장하여 모든 안쓰러운 것들로 시선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타일박물관」, 「죽은 나무」 등이
그러한 시인의 시각을 보여준다.
이렇게 익살에서 아픔까지 다루고 있는 이 시집은, 익살 속에 아픔·아픔 속에 익살이 있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시집이다. 만약
지금 무슨 시집을 살까 고민 중이라면, 윤희상 시인의 『소를 웃긴 꽃』을 읽어봄은 어떨까. 추운 겨울에도, 따뜻한 봄에도, 무더운
여름에도, 쌀쌀한 가을에도 무리없이 읽을 수 있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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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웃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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