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ueeze Play』는 이미 미국의 기성 작가로 굳건히 자리 잡은 폴 오스터의 초기작이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는 젊은 작가 특유의 힘이 넘친다. 『달의 궁전』을 읽고 이 작품을 읽으면 몇몇 사람은 괴리감을 느낄지 모른다.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쓰기에 앞서 몇 마디 늘어놓자면, 나는 이 책의 '번역투 문장'에 아주 경악했다. 책 을 보는 내내 나는 한국어로 된 책이 아니라 영어로 된 책을 읽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영어 문장이 어떤지 예상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예상한 영어문장과 원서 똑같이 쓰여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만큼 번역에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는 소리다. 그러나 읽다 보니 익숙해진 것도 사실이다.

  『스퀴즈 플레이』에는 여느 추리소설이 그렇듯, 놀랍도록 통찰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등장한다. 전직 변호사였던 사설탐정 맥스 클라인. 이 매력적인 캐릭터는 냉철한 판단력의 소유자일 뿐만 아니라, 용감하고, 지적이고, 인간적이기까지 하다. 결함이 있다면 이혼한 정도랄까. 하지만 요즘은 이혼은 흠이 아니니 대충 넘어가도록 하자.(게다가 그 부분에 있어서도 맥스 클라인은 자신의 부족함을 쉽게 인정하고 있다.)

  맥스 클라인은 전설적인 야구 스타였던 조지 채프먼의 의뢰를 받아들이고 일에 뛰어든다. 의뢰 내용은 "협박편지를 받았는데, 그에 대해 짐작 가는 바가 아무 것도 없다. 나의 죽음을 막아달라."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지 채프먼의 죽음을 결국 막지 못하고 10일치의 의뢰비를 선불로 받은 맥스 클라인은 그가 죽은 후에도 그의 죽음에 관여한 인물들을 캐기 시작한다.

  그는 놀라운 통찰력을 발휘하며 사건의 진상에 차곡차곡 다가간다. 하지만 그는 결국 자신의 결정적 실수를 깨닫고, 야구에서 때론 홈런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스퀴즈 플레이'의 힘을 확인하면서 진실을 보게된다. 본인은 이 『스퀴즈 플레이』를 보며 절감할 수 있었다. '서술자의 힘'을 말이다. 1인칭 서술자의 암시는 너무나도 강력해서 그것이 잘못된 길로 빠진다 해도 감히 부정하기가 힘들다. 특히나 맥스 클라인과 같이 '신뢰할 수 밖에 없는 화자'의 시선을 따라간다는 것은 거의 독약과 같다. 1인칭 화자의 마법과 같은 암시는 독자를 점점 진실에서 멀어지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조금 긴장감이 떨어지긴 하지만-반전 역시 그러한 심리를 이용한 것으로, 초기작이긴 하지만 폴 오스터의 작가적 기질을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또한 앞서 말했듯이 이 작품에서 『달의 궁전』과 같이 무르익은 기성 작가의 냄새가 아니라, 젊은 작가 특유의 아직 완전히 정제되지 않아 조금은 거친 힘을 느낄 수 있다. 재미있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이후 폴 오스터의 차기작에서 깊이 있는 세계관을 펼쳐낸다는 걸 대별해 볼 때, 이 책이 '트릭을 위한 소설'이라는 추리소설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겠다.

(별 4개는 조금 아깝고, 별3개는 너무 짠 듯해서 4개로 타협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