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왕의 부인으로 16세때 자신도 알지 못한 약혼 소식을 신문을 통해 접한 소녀

일본 황가의 소녀로 꿈많고 밝은 소녀였던 마사코

하지만 자신의 운명을 나라에서 정한것에 대해 가슴아파하면서도 자신과 같은 입장에 있을 영왕 이은에 대한 연민또한 가득한 그녀였다. 읽는 내내 일본인이였지만 일본인의 시선에서 글을 쓰지 않았다는것..

편견없이 한 여자의 회고록을 읽어내려간 나는 한국도 일본도 아닌 이승만이라는 사람에게 너무나 화가났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은 너무나 잔인하다.

이토 히로부미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잔혹한 이름의 사람이지만 정작 영왕 이은에게는 모국보다 더 다정하고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이였다. 책을 읽는 내내 이토 히로부미가 끝까지 살아있었다면 이 사람의 인생도 어쩌면 괜찮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깐했었던 나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첫 아이 진이 7개월 되던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하지만 결국 배를 타고 조선에 오게 된다.

너무나 사랑받던 아이가 갑자기 죽은 사건.. 어린 엄마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였으리라..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히로시마 원폭으로 세계 2차 대전은 종결을 하게 된다.

그렇게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던 일들과 자신의 둘째 아들 구가 해외로 유학을 갈때나 그 아들을 만나러 갈때에도 그들을 도와준것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아니라 일본이였다.

어처구니 없게도 이승만이라는 이 작자는 자신의 종친이고 한 집안인 영왕의 재산을 뺏고 심지어 일본에 있는 집까지 뺏어들려고 두눈을 시뻘겋게 뜨고 있었던 작자였었다.

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장면인지..

읽는 내내 욕이 저절로 나왔다.

또한 왕실의 건물을 뺏고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돌아온 윤대비를 환대해주기는 커녕 그녀의 거처였던 낙선재를 빼앗고 그녀를 내쫒은 이승만.

그녀는 자신이 일본이이기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왕세자비로써, 황태자비로 살아간 그녀의 삶속에서 일본의 모습도 한국의 모습도 나는 보지 못했다.

첫 아이의 의문의 죽음, 그리고 두번의 유산, 그녀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형벌만이 주어지는 듯해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었다.

또한 덕혜옹주의 이야기와 그 외의 왕가의 사람들 이야기를 자신의 시선에서 풀어내는 이방자여사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삶을 고달프게 살아갔을 그녀를 정작 위로해주고 어려울때 손을 잡아준것은 한국이 아니였다.

일본이였다. 물론 일본인이라 그럴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국은 너무나 냉담했다.

읽는 내내 그 어떤 역사보다도 수치스럽고 치욕스러웠던 이승만의 모습.

한국인 남편을 그것도 나라를 잃어가는 왕가의 아내가 된 그녀의 삶속에서 그녀는 남편을 사랑하고 위로하며 이해하는 모습에서 나를 자꾸만 울컥하게 만들었다.

역사의 소용돌이 안에서 희생된 한 여인의 삶이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 아닐까 싶다.

나는 악행을 저지를 일본도 죽일듯이 싫지만, 그 모든 전쟁들을 뒤로하고 이제는 돌아와야 할 왕을 찾지 않고 그의 재산을 뺏고 나몰라라 한 한국 정부의 한심하고 추악한 모습속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지금의 우리 정부의 모습또한 이와 다르지 않으니 더욱더 답답하고 속상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