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애 미스터리, <연애의 행방>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미스터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첫 번째 연애소설이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도 이 책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SF, 의학, 학원, 사회파 미스터리 등 다양한 소재와 반전 트릭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장기를 가진 작가가 쓴 연애소설의 느낌은 어떨지 매우 궁금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유명한 겨울 스포츠 마니아답게 스키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면 그가 얼마나 겨울 스포츠를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설상 미스터리라는 개념으로 <백은의 잭>, <질풍론도>, <눈보라 체이스>을 내놓은 작가는 이번에는 스키장에서 벌어지는 남녀 캐릭터들 간의 복잡한 연애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연애의 행방]이라는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책은 한 명의 주인공이 아닌 여려 명의 청춘남녀들이 등장해서 서로의 사랑을 찾는 단편들이 엮여져 있다. 각 단편마다 소소한 반전들이 담겨져 있어서 역시 연애소설을 써도 미스터리 작가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책의 등장인물들 중에서 공감하기 힘든 캐릭터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나름의 사정이나 사연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연애와 결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온전히 이 책을 즐기기엔 무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평소 좋아하는 작가라면 항상 가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서 선보인 시도를 엿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애의행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