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조 미키히코의 백광처럼

이 작품도 추리소설의 장르 안에서만 이야기하기엔

정말 훌륭한 문학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사춘기 소년 토모히코는 자신의 부모님과 떨어져서 이웃집 아저씨 그리고 그 아저씨의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오츠타로 아저씨의 해충 박멸일을 도우면서 그는 어느 날 자신의 이기심으로 자살한 오츠타로 아저씨의 큰딸과 닮은 여자를

만나게 된다. 늙은 집주인과 함께 사는 그 여자에게 묘한 매력을 느낀 토모히코는 밤에 몰래 그 집 지하로 숨어 들게 되고

그 집주인과 여자와의 이상한 관계에 대해서 알게 된다.

 

이야기가 점차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등장인물들 간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삶의 아이러니 그 자체였다.

어릴 적 실수가 삶의 족쇄가 되어 그 덫에 헤어나오지 못하는 두 남녀주인공에게

애잔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자신의 실수도 아닌데 그 실수가 자신의 죄로 낙인이 찍혀 영혼까지 잠식당해버린

여주인공은 진짜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 여주인공을 도와주지 못하는 남주인공의 안타까움도 읽는 내내 전해졌다.

 

사실 이 작품이 장르적으로는 추리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딱히 어떤 충격적인 사건이나 범인을 찾는 작품이 아니다.

다만 인생에 있어서 작은 실수 하나. 거짓말 하나가 얼마나 큰 일이 되어

돌아오는지 슬프지만 담담하게 알려주는 걸작이다. 

 

 

구체의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