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나누던 정인 도모나가의 설득에 넘어간 여주인공 리카코가 동반자살을 하러 여행지로 떠났는데, 눈을 떠보니 정인은 옆에 죽어있고 자신만 살아남은 파격적인 이야기로 이 소설은 시작한다. 동반자살이 범죄는 아니기에 보통은 경찰서로 달려가서 신고를 했을법하지만, 소설 속 리카코는 정인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서 스스로 수사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자체 수사의 시작은 바로 도모나가가 죽기 전 편지를 쓴 아내 유키노를 감시하는 것이었다. 도모나가와 유키노의 집 근처에서 감시를 하던 리카코는 누군가의 습격을 받다가 다키이리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 역시 실종된 매형 이와타를 찾는 과정에서 그 집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접점이 있는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함께 이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적하게 된다는 것이 이 소설의 줄거리이다.  

 

 이 소설에서 사건의 발단은 통속 미스터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진부하지만,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굉장히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설정과 소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 소설의 반전이자 범죄 동기이기 때문에 그 설정과 소재를 구체적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튼 1975년에 이런 내용을 미스터리 소설의 소재로 쓴 나쓰키 시즈코의 대담함에 놀라웠다. 살아 생 전, 백 편이 넘는 작품을 써낸 나쓰키 시즈코는 국내 독자들에게는 다소 낯설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1990년대부터 작품을 펴내고 있는 추리 작가들이 더 익숙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미스터리의 진정한 여왕이라고 할 수 있는 나쓰기 시즈코의 작품을 읽어보면서 일본 미스터리 문학의 역사를 훑어보는 것도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 작가의 작품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술술 읽히는 뛰어난 가독성을 지닌 것이 최고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소설 역시 엄청난 반전이나 트릭은 없지만 리카코와 다키이의 수사를 따라가다보면서 드러나는 사건의 진상은 매우 놀랍고도 슬픈 사연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진상이 드러나는 순간, 비로소 이 작품의 제목이 왜 흑백의 여로인지를 깨닫게 된다. 흑과 백 이렇게 단순히 두 가지로 나눌 수 없는 우리 인간의 존재 자체가 가진 비극적인 면모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정답인지를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의 인생이 가진 미스터리함이 아닐가 싶다. 

 

 

 

흑백의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