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에는 시작이 있다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와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도 처음이라는 것이 있었고, 위대한 셜록 홈즈와 에르큘 포아로 탐정에게도 첫 사건이 있었다. 모든 이야기에는 시작과 끝이 있는 것처럼 스코틀랜드의 국민 작가로 불리우고 있는 이언 랜킨의 <존 리버스 시리즈>에도 그 시작을 알리는 이야기가 있었으며, 그것이 바로 이 책 [매듭과 십자가]이다. 낙하산 부대와 영국의 특수부대인 SAS를 우수한 성적으로 두루 거친 존 리버스 형사는 현재 에든버러에 위치한 경찰서에서 재직 중인데, 얼마 전 발생한 소녀 연쇄 살인사건으로 수사본부로부터 호출을 받는다. 그저 변태 취향의 성도착자의 범죄라고 여겨지던 이 연쇄 살인 사건은 점점 애든버러라는 회색 도시를 더욱 음울하게 만들고, 존 리버스 경사에게 정체불명의 편지들이 도착한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존 리버스는 사건을 수사하면서 기자 짐 스티븐스, 질 템플러 경위 그리고 그의 가족들과의 이야기들이 전개되어 간다. 아무래도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기 때문에 사건과 범인보다는 주인공 존 리버스 형사의 과거 이야기 그리고 주변인물들과 엮이면서 생겨나는 이야기들로 주인공 캐릭터를 구축해나가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았다. 무엇보다도 작품의 배경시기인 1985년과 배경공간인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가 주는 작품의 분위기가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 시리즈를 계속 읽어나가면 고풍스러운 느낌과 음산한 느낌을 동시에 가진 선과 악의 도시, 에든버러를 꼭 한 번 방문해보고 싶어질 것 같다.      

 

 이언 랜킨과 존 리버스라는 두 이름은 크라임픽션 장르를 사랑하는 전 세계 독자들에게 오롯이 각인된 이름이었다. 우선 작가 이언 랜킨은 이 시리즈를 통해 엄청난 판매부수 기록을 세웠으며, 영국에서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다양한 수상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 소설을 통해 처음으로 접하게 된 존 리버스 형사는 여타 크라임픽션에서 등장하는 형사로서 천부적인 재능이나 감을 간직한 인물이 아니어서 더욱 좋았던 것 같다. 아버지와 동생 사이에서 방황했던 유년시절 그리고 군 부대 재직 중에 있었던 트라우마가 존 리버스라는 인물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초인적인 주인공에게 독자들은 쉽게 빠지지만, 역시 나와 무언가 비슷한 점이 많은 인간적인 주인공에게도 공감과 애착이 가기 때문이다. 1987년을 시작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이 시리즈가 국내에서는 몇 년 전 한 작품이 출간된 것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국내 크라임픽션 독자들에게는 너무나도 늦게 찾아온 반가운 손님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오픈하우스의 본격 장르문학 브랜드인 '버티고Vertigo'에서 계속해서 이 시리즈를 번역 출간할 분위기이니 우린 그저 믿고 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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