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민간 사회에 구전되어온 전설이나 민담은 꾸준히 추리 및 스릴러 소설들의 소재로 재탄생되어 독자들에게 소개되어 왔다.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 바스커빌 가문의 개], 우치다 야스오의 [명탐정 아사미 마쓰히코 시리즈] 그리고 얼마 전 영화로도 만들어진 [퇴마: 무녀굴] 등과 같은 작품들이 각 지역의 전설과 민담을 장르 문학 안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낸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그리고 '프랑스 추리소설의 여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프레드 바르가스의 CWA 대거상 수상작인 [죽은 자의 심판] 또한 노르망디 지역 본느발 숲에서 전해 내려오는 '성난 군대' 전설을 소재로 탄생한 작품이다. 대부분의 장르 작가들이 그런 것처럼 그녀에게도 독보적인 주인공 캐릭터가 등장하는 시리즈가 있는데, 이 작품도 그 시리즈 중의 한 작품이다. 그녀가 탄생시킨 형사 캐릭터는 바로 평범해보이면서도 엉뚱한 매력을 가진 파리 강력계 형사 아담스베르그이다. 함께 반백년을 산 아내를 빵의 속살로 죽인 남편의 트릭을 알아챈 아담스베르그 형사의 눈에 한 작고 갸냘픈 부인이 들어온다. 노르망디 오르드벡에서 형사를 창아 왔다는 그 부인은 아담스베르그에게 자신의 동네에 혼자 살고 있는 망나니가 죽은 사건과 그녀의 딸이 목격한 어떤 모습을 주절주절 이야기한다. 여타 형사들 같았으면 관할 지역 경찰서로 넘겼을테지만, 부하인 당글라르로부터 성난 군대 전설을 들은 그는 직접 이 사건을 추적해보기로 결심하고 오르드벡으로 향한다.

 

 전설과 민담이 장르 문학에서 효과적으로 구현되는 지점은 바로 그 구전되던 내용이 현실에서 비슷하게 혹은 변주되어 나타나게 되는 사건이 터졌을 때이다. 전설을 굳건히 믿는 지역민들은 그 전설이 현실에서 재현되어 공포에 떨게 되고, 반대로 그런 전설을 허무맹랑하다고 치부하는 이들에게는 그저 음모에 불과하다. 당연히 이런 간극 사이에서 헤매이는 동시에 진실을 파헤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아담스베르그 형사와 같은 인물들이다. 아담스베르그는 사건을 파헤치면서 새로운 인물들과 새로운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고 동 떨어져 보이는 각각의 점들을 하나의 선으로 잇는 작업을 한다. 특히 나름 유명하다는 이 노르망디의 '성난 군대' 전설은 죄를 짓고도 처벌을 받지 않은 죄인들에게 내리는 어떤 초월적인 존재들의 심판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우리의 현실에서도 이런 전설 속의 죄인들처럼 죄를 지었지만 여러 가지 편법을 통해 처벌을 피해가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소설 속의 범죄 피해자들이 과연 그 전설 속의 인물들처럼 어떤 죄를 지었는데 숨기고 살았는지, 그리고 과연 그들을 심판하는 자들의 정체는 무엇인지에 대한 치열한 두뇌싸움을 작가와 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까지 읽게 된다면, 이 작품에서 중간 중간 곁가지 같이 등장했던 사건들 또한 성난 군대 전설 살인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깨닫게 된다. 책의 두께만큼 만만치 않은 구성과 전개이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점이 과연 '프랑스 추리소설의 여제'가 쓴 작품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자의심판, 프레드바르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