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의 완성도나 주인공 캐릭터의 매력이 물씬 느껴져서 호기심이 가는 스릴러 소설도 있지만 작품의 설정이나 단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는 소재 자체가 기발해서 눈길이 가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 읽었던 소설들 중에서는 제32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을 수상한 가와이 간지의 [데드맨]이 그랬었다. 책 소개에 올라와 있는 토막시체와 인간 부활이라는 독특한 소재는 추리 마니아의 구미를 당기기 충분했다. 로런 뷰커스라는 국내에 다소 낯선 이 작가의 첫 출간작인 [샤이닝 걸스]를 처음 본 느낌 또한 비슷했었다. 이 소설은 시간을 여행할 수 있게 된 남자가 타임리프를 하면서 여성들을 연쇄살인하고 그 살인 과정에서 유일하게 살아 남은 생존자 소녀가 다시 그 남자를 추적한다는 스릴러이다. 물론 타임리프나 타임워프, 그리고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영화들은 과거부터 수없이 쓰여지고 만들어졌지만 이런 독특한 스토리의 타임리프 스릴러는 실로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게 들었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거렁뱅이로 살고 있던 하퍼 커티스는 어느 날 우연히 '더 하우스'라는 집에 들어가게 되고 그 곳이 타임리프를 가능케 하는 공간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집 벽에 있는 여러 가지 물건들과 그 물건 옆에 그의 필체로 적혀 있는 여자들의 이름을 본 하퍼는 알 수 없는 끌림으로 그가 그녀들을 모조리 죽여야 한다는 운명을 느낀다. 그리고 시작된 무시무시한 그의 연쇄 살해 행각은 시간을 넘어 계속되고 벽에 적혀 있던 여성들은 힘없이 그의 손에 희생된다. 그런 와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커비 마즈라치라는 소녀는 끔찍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강인한 정신력과 의지로 <시카고 선 타임스>의 인턴기자로 들어가서 상사 댄 벨라스케스와 함께 자신을 죽이려고 한 범인의 행적을 추적한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하퍼의 행각은 계속되고,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커비가 하루빨리 그를 잡을 수 있기를 응원하게 된다.

 

 시간을 왔다 갔다하는 타임리프라는 소재를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서 작가는 작품의 구성 또한 각 인물들의 시간대별 단편들로 꾸며져 있었다. 그래서 독자들은 하나의 단편들이 모아진 이 책 한 권을 읽어 내려가면서 하퍼와 하퍼의 희생자들, 그리고 커비의 추격 스토리를 퍼즐처럼 완성하게 된다. 타임리프 자체가 반복되기 때문에 시간 순서를 기억하며 읽는 것이 조금 버겁기는 했지만 이 또한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주인공 소녀 커비가 하퍼의 악행을 멈출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이 궁금해져서 순식간에 읽고 말았다. 이 책의 제목인 '샤이닝 걸스'는 하퍼의 범죄 피해자들인 여자들을 말하는데, 하나같이 자신이 속한 세상에서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던 여자들이었다. 그런 가능성과 미래가 있었던 여성들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했던 하퍼에게는 참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것이 굉장히 소름돋는 설정이었다. 너무나도 기발한 스토리라는 점에서 영상으로 만나보고 싶었는데, 마침 헐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로이가 미국 TV 드라마로 제작한다고 한다고 몇 년 후에는 드라마로 하퍼와 커비의 대결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샤아닝걸스, 로런뷰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