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번째 결과물 ’불멸의 신성가족’

민주화 이후의 한국사회가 내포하고 있는 다방면의 문제점들을 모색하고 시민들과 함께 고민해보기 위해 출발된 연구이다.

교육문제, 양극화문제, 환경문제 등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쉬이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문제들을 질적연구를 통해 깊숙히 해부한다. 희망제작소가 선정한 총 14개의 주제들에 있어 각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들을 심층 면접하고, 표면화되지 않았던 문제들을 수면위로 드러내고 공론화하려는 시도를 한다. 그 중 7번째에 시도에 해당하는 ’불멸의 신성가족’은 대한민국의 사법계를 향해 개혁을 요구한다. 불멸이라고 여겨지는 신성가족인 사법계 패밀리를 향해 ’법’은 국민들이 두려워 할 대상이 아닌 보호받는 장치로써 가동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진리를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

 최고의 엘리트들만이 입성하는 법조계는 사회적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는 최상위층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가족 혹은 측근중에 법조인이 있다면 든든한 빽이 존재하는 거라 자위하게 마련이다. 돈을 써서 청탁을 넣을 수 있을 만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은 비리이고 친인척인 법관에게 부탁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는 풍토. 저자는 지연, 학연 등 관계중심적인 한국사회가 조성한 분위기에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소송이 빽싸움일 뿐이라는 이런 생각은 모든 사람이 방어적으로라도 청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빽 쓰는

것이 비정상이 아니라, 빽 없는 게 오히려 불안한, ’ 정상과 비정상의 전도(顚倒)’ 현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 P150

사건을 담당한 판사에게 청탁할 고리가 갖춰진 전관변호사를 브로커를 통해 수임하고, 그 전관 변호사는 브로커에게 20~4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준다. 브로커 역시 정보를 수집하면서 관계한 법원처공무원이나 경찰 등에게 일정의 몫을 때어준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먹이사슬을 존재하게 하는 의뢰인의 부담들이 결국 변호사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하고 고액의 수입을 누리는 변호사를 향한 판사들의 시각은 싸늘하지만, 정작 판사의 경력을 쌓은 후에 그들 역시 전관변호사로서의 개업을 준비하게 된다.

물고 물리는 관계속에 공고해지는 사법계는 23명의 구술자들을 통해 낱낱히 파해쳐진다. 불신의 골이 깊었던 사법계를 통렬히 절감하는 씁쓸한 기회였지만 문제점을 바로 직시하지 못하면 희망도 없기에 이 시도는 충분히 높이 살만 하다.

 한국사회가 지니고 있는 속성이 사법계에 미치는 불가피한 악영향을 간과할 수는 없겠으나, 그게 곧 문제의 불감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가장 큰 폐단이 아닐 수 없다. 문제가 문제가 아닌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 그 병폐는 계속 논리를 만들어 두터운 외벽을 두르게 될 뿐이다. 이 책을 통해 법조인 스스로가 자백한 진실의 성토를 신성가족을 포함한 모든 시민이 함께 고민해보고,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 방안을 현실화 하는 모두의 인식의 개혁이 필요하다.

고귀한 그들에게 불편한 한 권의 책일지 모르나, 이를 불편해 한다면 그들은 고귀하지 못하다.

 

시민들은 법을 잘 지켜야 할 대상으로 인식할 뿐, 현실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지레 겁을 먹고 아예 처음부터 법률문제는 ’포기가 곧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P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