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아니지만 사실 종교가 없지만 대장경에 대한 고려의 염원의 상징적인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르신들이 지지리도 못살던 옛날에 미묘하게

향수를 갖는 것처럼 정확하게 꼬집어 말할 수는 없어도 뭔가 하나로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주는 그런 의미가 대장경에 있는 것 같다.

 

대장경은 불교경전을 종합적으로 모은 것을 말하는데 몽골 침입 때 초조대장경과 속장경이

모두 불에 타 버리자, 고려에서는 대장경 간행작업을 거국적으로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전쟁 중에 다시 탄생한 것이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것이 팔만대장경이다. 이런

팔만 대장경은 16년 만에 간행되었으며, 판수가 8만여 개에 8만 4천 개의 경전 말씀이

실려 있어 팔만 대장경이라고도 부른다고 하는데 8만개도 넘는 글자임에도 한글자 한글자

새길 때마다 절을 세 번씩 했다고 하고 수천만 개의 글자가 하나같이 그 새김이 고르고

잘못된 글자가 거의 없다니 그 정성을 알 수 있다.

 

이런 정성을 모아 고려에서는 팔만대장경으로 민심을 모르려고 했던 것일테다. 이 소설은

대장경이 다 불태워지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시작된다. 최씨 무신정권에 맞서는 힘없는

왕 그리고 몽골의 침략의 실제의 상황과 적절한 픽션이 어우러져 역사소설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읽어나갔다. 불교적 용어가 조금 많고 초반이 약간 지루한 감이 없진

않지만 독서를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역사와 사랑의 적절한 조합이 제법 잘 어울렸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