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떤 교수가 자신의 딸을 생각하며 쓴 편지를 책으로 엮은 책을 본 적이 있다.

아버지가 교수이고 어머니가 아나운서라 그런지 아버지가 딸을 사랑하는 마음은

글자 너머로 충분히 느낄 수 있었지만 자애로운 아버지가 이것저것 권유하는 것을

다하자면 스파르타가 따로 없었다.

 

'음악의 세계에 흠뻑 취해도 보고 문학 세계에 빠져 글도 써보고 미술관도 다녀오고

공부도 잘해야 하고 그 와중에 밝고 명랑하게 자라라 내 딸아~!'가 대충 기억하는

그 책의 줄거리였다. 다 좋은데 너무 힘들지 않나 싶었다. 딸이 아버지의 조언을 듣고

실천하다가는 실신할지도 모를 벅찬 것들이었다.

 

아마도 본인이 팔방미인이라 그런 권유를 하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지극히 평범한

내가 읽기에는 살짝 거부감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정반대의 꼭지를 찾았다.

'딸아, 연애를 해라'라는 꼭지였다. 꼭 모범생인 딸이 될 필요는 없으니 그 나이에

맞는 연애를 하라니 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어른으로 존중해주는 부모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시인이라 다르긴 다른 것 같다. 그런데 나중에 내가 부모가

되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힘들 것 같기에 나는 이 책이 더 존경스럽다. 다른

이야기들도 모두~! 유명한 작가지만 시에 울렁증이 있던 나로선 처음 만나는 그녀지만

조만간 그녀의 시도 읽고 싶어진다. 아마도 따뜻한 느낌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