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고 나니 책의 제목 '지상의 노래'는 이야기의 중심인 천산 수도원의 3평

남짓한 수십 개의 지하 방 벽에 쓰인 성경 구절들을 말하는 것 같다. 결국 정치논리로

무모한 생명을 생매장하기까지하는 말이 수도원이지 사실은 무덤과도 같은 천산 수도원에

있는 사람이 적어내려나간 어찌보면 발버둥과도 같은 성경 구절을 쓰는 작업을 작가는

제목으로 정한 것 같다.

 

내용은 한 마디로 암울하다. 천산 수도원을 중심으로 5가지 이야기가 겹치는데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어둡다. 아마도 작가가 표현해내려는 시대적 배경 자체가 암울해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이야기의 축을 이루는 굵직굵직한 사건은 성경 이야기와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성경을 잘 알아야 이해할 것 같다. 하지만 성경을

잘 모르는 나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지장은 없었다.

 

수도원을 중심으로 5가지의 이야기가 있지만 책의 반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후'인 것을

보면 이야기의 중심이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가장 근접한 인물은 후인 것 같다.

사촌누나를 겁탈한 장군을 찌르고 천산 수도원에 들어가 나름 마음을 정화했던 후는

한정효가 들어오면서 일상이 묘하게 뒤틀리고 결국 다시 수도원을 나와 사촌 누나를

수소문해 찾게 되지만 자신의 비루한 욕망을 깨닫고 다시 떠난다는 줄거리였다. 등장

인물이 모두 죄다 불행한 이 소설을 읽고 뭔가 떨떠름한 기분은 들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책을 놓지 않고 다 읽었다는 점에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리고 성경지식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약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