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이라는 이름을 가진 모래알이 이리저리 채이다 눈덩어리를 만들던 '돼지'라 불리우는 별명을 가진 강을성이란 아이의 주머니에 들어가게 되면서부터 모래알

고금의 시각을 통해 을성이의 생활을 엿볼수 있게 해줍니다.

 

'씰룩이 영감'으로 통하는 을성이의 아버지는 둔하고 공부도 못한다고 늘 을성이를 못마땅히 여기지만, 공부도 잘하고 약삭빠른 '토끼'의 별명을 가진 얌체같은 형은 항상 대우를 해줍니다.

심하게 편애를 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책을 읽으며 불끈불끈 화가 솟기도 합니다.

독자의 시각으로 바라봤을때 제대로 된 자식은 돼지 을성인데 말입니다.

 

엄마는 을성이를 예뻐하지만 '씰룩이 영감'의 불호령때문에 내색하며 예뻐하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늘 쓸모없는 놈이라 욕하는 아버지에게 세뇌가 되었을까요? 어머니도 을성이에게 '아유~ 미련해라.'란 말과 함께 그렇게 인식하는듯 합니다. 가족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는 을성이에게 다행히 좋은 역할을 해주는 식모 아주머니가 있습니다. 식모 아주머니 만큼은 늘 포근히 감싸줍니다.

아마 을성이의 착한 심성은 식모 아주머니의 품에서 싹트지 않았나 싶네요.

 

집안에 화재 사고 발생후 가족들의 태도에 가출한 을성이는 예전에 몇번 친절을 베풀던 낯선아저씨를 만나 굳건히 믿고 따라나섰지만 도둑 소굴에 들어가게 되며

극한 상황에서 천주님께 간절히 기도를 드린후 다행히 도둑 소굴을 벗어날수 있게됩니다. 성당으로 탈출한 을성은 그곳에서 신부님의 도움으로, 을성이가 사라진후 을성이가 귀중한 존재임을 그제서야 깨닫게된 아버지와 극적 상봉을 하게되어 뜨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갑니다.

한없이 철없고 얄밉던 형도 을성이의 빈자리 탓인지~ 세월 탓인지~ 철이 좀 들었군요.

당연한듯 해피하게 결론이 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후 시간이 꽤 흘러도 썩~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물론 결과도 중요하지만,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제 성격 탓일까요?

왜 꼭 불행한 과정을 거쳐야 약한자의 진실과 소중함을 깨닫는 건지...

두사람의 인격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 치뤄진 을성이의 어린시절의 희생이 너무도

안타깝고 불쌍한 생각에 그 두사람이 더더욱 밉습니다.

이 책은 1958년에 씌여졌다고 합니다.

시대적 상황으로 본다면 을성이는 그나마 행운아에 속할지도 모릅니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과정이야 어찌됬든 결국 행복속으로 들어가니 말입니다.

아마, 그 시절엔 불행한 사람 억울한 사람 투성이였겠지요?

하지만 '시대'라는 단어로 모든 행위들을 그러려니~ 하며 너그러워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직은 어린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이 책을 함께 본다면 결론부분에 포커스를

맞춰야 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