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이던가, 제작년이던가 방학을 맞이하여 친구와 3박 4일 제주도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짧은 여행 중 하루는 우도에서 종일 보냈는데 사륜바이크를 빌려 한 바퀴 돌면서 본 우도의 풍경은 이제껏 도시 생활을 하며 사진이나 TV를 통해 보던 그것보다 더 장관이었다. 아쉬운 발걸음을 옮겨 다시 본거지로 돌아왔지만 그 후로도 틈만 나면 다시 꼭 여행을 가리라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며 우도에 젖어있다. 그러던 차에 읽게 된 이나미의 연작 소설의 제목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정도로 의외였다. 섬, 纖獄囚 옥 옥자에 가둘 수를 썼다. 가냘프고 고운 여인의 손을 의미하던 섬섬옥수가 어찌 섬, 纖獄囚가 되었을까.

 이나미의 연작소설에 등장하는 땅끝섬은 정부에서 해상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한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섬이다. 그만큼 풍광이 빼어나고 깨끗한 섬이건만,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것이 오히려 홍보가 되어 매일 관광객들이 물밀듯이 밀려든다. 두 사람이 모이면 두 당파, 세 사람이 모이면 세 당파가 된다고 한다는데 사람이 이렇게 몰려드니 돈 맛을 본 섬 사람들의 인심이 걍팍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섬이란 누군가에게는, 나에게 그러한 것처럼,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곳이고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남편과의 불화로 섬에 들어온 자애, 노조하다 해고되어 징역 살고 나온 후 마음을 달래려 섬에 들어온 강 처사, 어릴 적 마음에 상처를 입고 떠돌이 생활하는 공 처사, 친한 언니에게 사기 당하고 인생을 마감하기 위해 들어온 여자, 죽을 날 받아놓고 전국 팔도유람에 나선 사내의 섬과 삼봉이, 재봉이, 인규, 종태, 현씨 할망, 종태 어멍 막순씨, 해성, 동춘이, 홍의 섬은 다른 의미인 것이다. 관광객이 많아진 섬에는 골프카가 들어섰고 호객행위와 트로트, 서로들 싸우는 소리가 시끄럽다. 작가는 섬사람들의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이 무너진 자리에 이기심과 욕망이 드러차면 천혜 자연의 경관을 해치고 훼손하는 건 시간문제가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에서 이 소설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외지인인 나에게 이런 섬의 모습은 무척이나 낯설었다. 책 뒷면에 심진경 문학평론가가 말했듯 소설을 읽다 땅끝섬에 대한 낭만적 기대와 희망이 점점 꺾였달까.

 

인간에 대한 사랑이 우리가 살아가는 근원적인 이유라면, 사람의 품성이 환경과 조건에 의해 어떻게 지배당하고 좌충우돌하는지…… 욕심, 시기, 질투, 미움, 연민도 사랑의 일종이라는 전제하에 여러 가지 사랑의 유형을 그려내고 싶었다. (p.285 작가의 말)

 

 그러면서 작가는 삶의 벼랑 끝에서 다시 희망을 발견하고자 한다. 그래서일까. 섬과 사람, 바다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뾰족한 칼 끝처럼 날카롭다가도 포근하고 다정했다. 하지만 섬 사람들의 욕심과 이기심이 너무나 날카롭게 그려진 나머지 희망이 너무 희미하게 느껴졌다. 섬 사람들의 모습이 강렬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난만큼 희망의 모습도 조금 더 또렷하게 보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땅끝섬. 도보로 걸어도 한 바퀴 도는데 40여 분이 걸리는 땅끝섬. 섬의 모습은 우리네 사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고, 작가는 섬이라는 지형적 협소함을 통해 그 모습을 더욱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그 익숨함에 지역적 사투리가 생소함을 더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작가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자연 환경은 한번 파괴되면 복원시키기까지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연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막고 잘 보존해야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인간 관계, 개개의 삶도 그러하다. 우리 모두 나만의 섬 또한 잘 보존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