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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대한 설명 첫 머리는 이렇다.

이름 대신 '거리의 인문학자' '거지교수'로 불리우는 최준영은 이 시대의 가장 낮은 곳에서 인문학을 매개로 소통하는 인문학 실천가이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작가에 대해 알지 못했지만, 노숙인의 재활을 돕는 잡지 '빅 이슈'의 한국 창간에 일조를 하셨다하니 작가에 대해 궁금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빅 이슈'는 1991년 영국에서 처음 창간되어 홈리스 즉, 노숙인들에게만 잡지를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잡지 판매가의 50%를 그들에게 돌려주는 방법으로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고 있다. 이런 좋은 취지의 잡지를 한국에 창간하기 위해 몇 년간 공을 들이셨다니, 이런 분야의 책을 좋아하고 즐기지 않는 나지만, 한 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사실 실망이 컸다. 작가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책 깨나 읽었다고 자부해왔지만 생전 법정 스님의 노작들을 읽지 않았습니다. 사실 법정 스님의 책만 안 읽은 게 아닙니다. 틱낫한 스님이나 성철 스님, 구본형, 법륜 스님, 혜민 스님의 책들도 읽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분들의 책은 대체로 옳은 말과 좋은 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읽지 않고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어이없게도 저는 그게 싫었던 겁니다. 때로 옳은 말이나 좋은 말도 지겨울 때가 있고, 그래서 외려 더 멀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곤 했던 거지요. (너무 좋은 말만 하는 건 싫어요, p.95)

같은 맥락에서였다. 좋은 말이라기보다 작가의 '착한 말'에 이상하게도 반감이 생겼던 것이다. 덧붙이자면 이 책이 작가가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들을 엮은 책이니만큼 중구난방에다 작가의 생각이 너무 짙게 들어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어떤 때는 작가의 생각에 감탄하기도 했었지만 또 그만큼 공감되지 않는 부분들이 자꾸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노숙인들은 잠 잘 곳이나 돈이 없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것입니다. 특히 해마다 명절 때면 사람이 없는 사람들은 추위와 배고픔보다 더 견디기 힘든 외로움과 고립감에 시달립니다. (사람이 없는 사람, p.56)

이 부분에서는 작가의 생각에 공감했고, 또한 노숙인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어린 시선과 깊은 이해에 감탄했다. 하지만 노숙인들이 쉼터에 들어가면 잠 잘 자유를 제한 받기 때문에 쉼터에 들어가지 않고 거리에서 지내고,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 도리 없이 술에 의존하게 된다는 말에는 공감하지 못했다. 나는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술에만 의존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또한 무료로 제공되는 잠자리이니만큼 그 운영을 위해서든 어떤 이유에서든 일제히 소등하는 것이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진정 노숙인을 위하는 일이 무작정 그들이 원할 때 몸을 뉘일 수 있는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것만은 아닐거란 생각이다. 서울 시장의 "왜 쉼터에 들어가지 않고 거리에서 떨고 있는 거죠?"라는 말을 '당신들은 맘대로 잠잘 권리도 없는 사람들이야. 눈에 거슬리고 더러우니 일단 내 눈에서 사라져줘. 잠이야 자든 말든 내 알 바 아니고.'라고 들은 작가가 더 꼬인걸까, 노숙인을 위하는 작가의 마음 앞에서 자꾸만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내가 더 꼬인걸까.

내 나름의 판단으로는 작가와 내가 대면한 노숙인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작가가 마주한 노숙인은 작가의 인문학 강의를 듣고 삶에의 의지를 되찾고 그들의 마음을 좀 더 열어보였다면, 내가 마주한 노숙인은 그저 술에 취해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공짜 돈을 구걸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일상적인 생각이나 사소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깊이 공감하지는 못했지만 작가가 하고 있는 일에는 경외심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 노숙인, 교도소 수형인, 여성 가장들을 위해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는 작가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적은 강의료를 받고 더러는 아예 받지도 못하기도 하며 그렇지만 그래도 항상 기꺼운 마음으로 임한다. 작가의 마음이 다른 누군가에게 가닿고 또 그 마음이 퍼지면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공장에서 일하며 야학에서 공부해 검정고시를 치루고 대학에 입학해서도 세 번의 제적 끝에 대학을 뛰쳐나온 작가. 변변한 졸업장 하나 갖고 있지 못하고 연거푸 실패를 겪었지만 그는 지금 여기까지 왔다. 거지교수라도 '교수'이며, 거리의 '인문학자'이며, '작가'이다. 내 청춘의 8할은 무모함이었다. 라고 말하는 작가의 삶 그 자체와 책을 사랑하는 그의 모습에 스스로의 모습을 투영하며 본받을 점을 찾고 위안을 얻기도 했다. 어쩌다보니 비판이 많았지만 인생의 모든 부분을 꿰뚫어보는 양 전지전능한 모습이 아닌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오늘 쓴 이 글이 부끄러워 내일 또 쓸 것이고 나는 또 그 책을 읽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