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적을 대파한 시원한 싸움으로 기억되거나 혹은 2차 전투에서의 참패로 모든 시민들이 죽임을 당했던 대할살의 현장으로 기억이 되는 진주성전투.

이는 임진왜란의 중심에서 전라도 길목을 지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던 진주성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아마도 진주성 전투를 막연히 잘 싸운 성주 김시민만 외우며 지나가던 역사 시간의 시야에서 조금 벗어나 예원이란 성주에 대해 조명해보게 한 책이 ‘진주성비가’가 아닌가 싶다.

이야기는 왜구의 침입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여러 성주들이 공성을 하고 몸을 피신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면서 당시 김해성의 성주였던 예원이 성을 비우고 도망(?)가던 중 왜구들을 피해 피난길에 오른 억술 일행을 만나 밥 한 끼 해결하면서 그렇게 그들의 인연이 시작된다.

억술은 조금 모자란 칠득이와 아들들을 데리고 피난길에 오르지만 고향 밀양의 평화로운 모습을 기억 속에 담아두고 끝끝내 돌아가지 못한다. 물론 그의 왜구와의 전쟁을 피한 피난의 삶 속에서 간사한 박 아전과 조맹칠에 사기를 당한다. 이는 늘 무식한 양민들의 억욱한 사기 행각에 전쟁이라는 기막힌 시간이 접목되면서 간사한 관리들의 행포를 박 아전을 통해 그대로 보여 준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억술이라는 억울한 우리 민초의 삶을 통해 1차 진주성 전투에서 승리하는 기쁨을 잠깐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도 잠시다. 왜와 명과의 회담과 1차전 패배에 한을 품은 왜의 악을 품은 공격에 2차 진주성 전투에선 김시민의 죽음 이후 다시 성주를 맞은 예원의 고전분투에도 불구하고 모두 참패 후 죽음을 당하게 된다. 성이 무너지기에 앞서 억술은 그 전쟁의 포화 속에서 아끼던 칠득이의 죽음도 만나고 다리에 총에 맞아 신음하고 결국은 어머니와의 재회를 마지막으로 저세상으로 떠나는 슬픔이 담겨 있다.

비가라는 게 슬픔을 담고 있지만 진주성 비가에는 김시민의 업적에 묻혀 죽음을 무릎쓰고 진주성을 지켜내려했던 또다른 성주 예원의 비가를 담아내는 소리가 들린다. 김해성에서의 공성에 대한 예원의 비가가 진주성이 무너질 것이란 모든 비관적인 의견에도 불구하고 식구 모두를 불러 들여 죽음을 바라보면서 진주성을 지켜내려 했던 성주 예원의 잘 알려지지 못한 비가가 이 책 가득 담겨 있음이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