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를 통해 호모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라는 행성을 정복하여 지배할 수 있었는지를 고찰했던 유발하라리는 <호모데우스>에서 우리의 오랜 신화들이 21세기 신기술과 만날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한다.

 

그의 예측은 한마디로 묵시록과도 같다.

 

초인적 지능을 가진 사이보그가 살과 피를 지닌 보통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지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인간이 자기보다 지능이 떨어지는 동물 사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된다. 물론 이것이 완벽한 유비는 아니지만, 상상만 하지 않고 실제로 관찰할 수 있는 최고의 모델이다. p.101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의 어느 곳에서 시작해, 동물들을 정복했고, 이제는 경이로운 경제성장 덕분에 기아, 역병, 전쟁까지도 이겨냈다.

 

역사상 처음으로 너무 많이 먹어서 죽는 사람이 못 먹어서 죽는 사람보다 많고, 늙어서 죽는 사람이 전염병에 걸려 죽는 사람보다 많고, 자살하는 사람이 군인, 테러범, 범죄자의 손에 죽는 사람보다 많다. 21세기 초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은 가뭄, 에볼라, 알카에다의 공격으로 죽기보다 맥도날드에서 폭식해서 죽을 확률이 높다. p.15

 

이제 인류 앞에 놓여진 새로운 목표는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가치들을 고려할 때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라고 유발하라리는 말한다.

 

그는 인류가 이러한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면서 맞이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해 말하기 전에 사피엔스가 걸어왔던 역사를 되짚는다.

 

역사 공부의 목표는 과거라는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머리를 이쪽저쪽으로 돌려, 조상들이 상상할 수 없었거나 우리가 상상하기를 원치 않았던 가능성들을 알아차릴 수 있다. 우리를 지금 여기로 이끈 우연한 사건들의 연속을 관찰함으로써 우리는 생각과 꿈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깨닫고, 다른 생각과 다른 꿈을 품을 수 있다. 역사 공부는 우리에게 어떤 선택을 하라고 알려주지 않지만, 적어도 더 많은 선택의 여지를 제공한다. p.92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에서 해방되어 다른 운명을 상상하기 위해서이다. p.98~99

 

사피엔스의 역사를 되짚는 과정은 살짝 <사피엔스>와 스토리가 중복되는 느낌이다.

 

사피엔스만이 수많은 낯선 사람들과 매우 유연한 방식으로 협력한다. 우리가 지구라는 행성을 정복한 이유는 불멸의 영혼이나 어떤 특별한 종류의 의식이 아니라 바로 이 구체적 능력 덕분이다. p.188

 

사피엔스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그들만이 상호주관적 의미망을 엮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공동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법, 힘, 실체, 장소로 이루어진 그물이다. 이런 그물은 인간만이 십자군, 사회주의 혁명, 인권운동을 조직할 수 있게 한다. p.213

 

다른 어떤 동물들도 우리에게 맞서지 못하는 것은 그들에게 영혼이나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러기 위해 필요한 상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자들은 달리고, 뛰어오르고, 할퀴고 물 수 있다. 하지만 은행계좌를 만들거나 소송을 제기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21세기에는 소송을 제기할 줄 아는 은행가가 사바나에서 가장 포악한 사자보다 훨씬 더 막강한 힘을 지닌다. p.213

 

사피엔스는 결국 신을 이 지구에서 몰아내고, 모든 것은 자기 자신에서 찾는 인본주의라는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냈다.

 

인본주의는 지난 몇백 년 동안 세계를 정복한 혁명적인 새 교리이다. 인본주의라는 이 새로운 종교는 인류를 숭배하고,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에서 신이 맡던 역할, 불교와 도교에서 자연법이 맡던 역할을 인류에게 요구한다. 과거에는 장대한 우주적 계획이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했다면, 인본주의는 역할을 뒤집어 인간의 경험이 우주에 의미를 부여하도록 한다. p.307

 

윤리학에서 인본주의의 모토는 ‘좋게 느껴지면 해라’이다. 정치학에서 인본주의는 ‘유권자가 가장 잘 안다’고 가르친다. 미학에서 인본주의는 ‘아름다움을 보는 이의 눈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p.319

 

그러나 이렇게 새롭게 만들어진 인본주의도 생물학, 컴퓨터 공학의 발전으로 그 힘을 잃고 호모사피엔스는 지구에 대한 지배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지난 세기 과학자들은 사피엔스의 블랙박스를 열어 그 안에 영혼, 자유의지, ‘자아’같은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안에 있는 것은 다른 모든 실재들과 똑같은 물리적, 화학적 법칙의 지배를 받는 유전자, 호르몬, 뉴런 뿐이었다. p.387

 

생명과학은, 개인이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는 생각은 생화학적 알고리즘들의 집합이 지어낸 허구적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주장으로, 자유주의를 뿌리째 뒤흔든다. 뇌의 생화학적 기제들이 한 순간의 경험을 일으키고, 그런 경험은 일어나는 순간 사라진다. 그런 다음 또 다른 순간적 경험들이 재빠르게 이어서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p.418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르게 영혼이나 자유의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생화학적 알고리즘의 집합이 지어낸 것일 뿐이라는 주장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유발하라리는 그의 전작 <사피엔스>에서도 주장했듯이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결국 사피엔스를 지배할 것이라고 말한다.

 

알고리즘이 인간을 직업시장에서 몰아내면 전능한 알고리즘을 소유한 소수 엘리트 집단의 손에 부와 권력이 집중될 것이고, 전례없는 사회적 불평등이 발생할 것이다. 아니면 그 알고리즘들이 스스로 주인이 될지도 모른다. 현재 인간의 법은 이미 기업이나 국가 같은 상호주관적 실재들을 ‘법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도요타나 아르헨티나는 육신도 정신도 없지만 국제법의 적용을 받고, 땅과 돈을 소유할 수 있으며, 제소하거나 피소될 수 있다. 머지않아 우리는 이것과 비슷한 지위를 알고리즘에 부여하게 될 것이고, 그때는 알고리즘이 인간 주인의 바람에 따를 필요 없이 스스로 운송제국이나 벤처금융을 소유할 것이다. p.442

 

인간이 만들어낸 알고리즘이 어느샌가 인간을 지배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 어느 때보다 효과적으로 데이터를 전달하고 처리할 수 있지만, 집중하고 꿈꾸고 의심하지 못하는 인간 톱니를 생산할 것이다. 수백만 년 동안 우리는 성능이 향상된 침팬지로 살았다. 그리고 미래에는 특대형 개미가 될지도 모른다. p.497

 

저자는 사피엔스의 암울해 보이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다른 선택을 해야하는 것을 끝으로 책을 끝맺는다.

 

이 책에서 제시한 모든 시나리오는 예언이라기보다는 가능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당신이 이런 가능성들 가운데 어떤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런 가능성이 실현되지 않도록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된다. p.542

 

이 책의 목표는 단 하나의 결정적인 시나리오를 예측함으로써 우리의 지평을 좁히는 대신, 지평을 넓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의 스펙트럼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p.543

 

<사피엔스>를 워낙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한 것도 사실이다.

 

유발하라리 특유의 흡입력 넘치는 서술은 두꺼운 책임에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한다.

 

그러나 전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이야기를 충분히 하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발하라리 그의 예측은 암울하기 이를 데 없다.

 

사피엔스가 어느 시점에 갑자기 특이점이 와서 지구라는 행성을 지배할 수 있었듯, 인공지능이 결국 인류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결코 실현이 불가능한 내용이 아니다.

 

결국 모든 것은 우리의 선택의 문제이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시나리오를 마련해 놓는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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