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 <아낌없이 뺏는 사랑>은 360여 페이지가 되는 적지않은 분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게 읽히고 흥미진진했다. 마치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 <나를 찾아줘>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소설은 두가지 시점으로 진행된다. 40대의 중년의 조지의 시점, 그리고 20대 초반 대학생인 조지의 시점.

 

소설은 각 장마다 두 시점을 계속 오가며, 오드리 벡이자 제인, 그리고 리아나 덱터라는 여러 이름으로 살아온 여인이 도대체 어떤 여자인지 독자에게 궁금증을 자아낸다.

 

조지는 20대 초반 대학 신입생 파티장에서 리아나를 만난다.

둘은 룸메이트가 방을 비우면 서로의 방에서 지내며 서로를 탐닉할 만큼 급속도로 친해진다.

방학이 되자 서로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 후 믿기 어려운 소식이 들려오는데, 리아나 그녀가 고향인 플로리다에서 자살했다는 것이었다.

조지는 믿기 어려운 소식에 그녀의 고향인 플로리다를 찾아가는데...

정작 죽은 사람은 리아나가 아니었다.

리아나는 오드리 벡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고 있었는데, 그 오드리 벡이라는 여인이 죽었던 것이다.

그녀가 살해된 것인지, 자살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40대의 조지는 이제는 인기가 시들해진 잡지사를 다니고 있다.

여자친구인 아이린을 가끔 만나지만 무미건조한 삶에 지루해한다.

그러다 갑자기 그에 눈 앞에 대학시절 만났던 리아나가 나타난다.

그녀는 자신의 곤란에 처한 상황을 이야기하며 조지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그녀는 매클레인이라는 사람을 위해 일하고 있었는데 그에게서 50만달러를 훔쳤고, 이제는 매클레인이 고용한 도니 젠크스에게 쫓기고 있었다.

그녀는 이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조지에게 50만 달러를 매클레인에게 자신을 대신해 돌려주라고 부탁하는데....

뜻밖의 살인사건이 일어나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게 된다.

 

대략의 줄거리는 위의 내용처럼 진행된다.

 

소설 속의 남자 주인공 조지는 인생이 무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농부의 아들인 아버지가 가금류를 도축하는 기계를 발명했는데 한 대를 팔 때마다 할아버지가 평생 농사하며 모은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어, 돈 걱정할 필요가 없는 그런 재미없는 인생을 살아온 것이다.

여자친구 에이미가 있지만 그녀와의 관계도 예전같지가 않다.

 

	그들은 2년 동안 완벽한 커플이었다. 하지만 이후 13년간은 상대의 수고를 점점 당연히 여기고, 서로를 비난하고, 가끔씩 바람도 피우며 상대에 대한 기대치가 끊임없이 낮아졌다.
페이지 : 14

	마흔이 다 되어가니 세상이 서서히 바래가는 듯 했다. 누군가와 미친 듯이 사랑에 빠져 가정을 이룬다거나, 출세를 하겠다거나,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줄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라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나이가 된 것이다.
페이지 : 15

 

 

이런 조지의 심리는 그가 도심에서 은퇴한 노인 관광객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묘사된다.

 

	기념품 가게에서 아이스크림 가게로 갔다가 다시 기념품 가게로 어슬렁 어슬렁 걸어가거나, 몇몇 남자들은 길가 벤치에 구부정하게 앉아 아내의 쇼핑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들에게는 정체되고 축 처진 분위기가 감돌았다.   마치 더 이상 인생에 중대한 사전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는 듯이.
페이지 : 167

 

그런 그에게 리아나는 삶의 무미건조함을 깨뜨리고 흥미로운 세계로 이끄는 존재였다. 그러기에 그는 그녀에게 자꾸 이용당하면서도 그녀를 원하고 갈망한다.

 

	차안에서 조지는 희열을 느꼈다.   단지 자기가 아는 오드리가 살아 있어서가 아니라 평생 바랐던 것보다 훨씬 더 기이한 일에 말려들었기 때문이다.   마더 대학과 고향 집의 따분한 현실은 무미건조한 잿빛 과거로 물러났다.
페이지 :

 

여자 주인공 리아나는 그녀의 개인적인 삶으로만 보면 가련하기 그지 없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둘이 살았고, 그녀는 마약에 찌든 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해 16살의 어린 나이에 성상납을 하기까지 이른다.

 

그녀의 삶은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피폐한 그런 삶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오드리 벡이라는 다른 여자의 이름을 빌려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일시적인 삶이라는 걸 늘 염두에 두고 있었어.   오드리로 사는 건 일시적이라고.   난 완전히 다른 사람, 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됐지.   대학에 다니고, 성적도 좋고, 남자친구, 그것도 너 같은 남자 친구도 있고.   하지만 남들이 모르는 병에 걸린 것과 같아.   혹은 내 안에 시계가 있거나.   심장처럼 째깍거리는 시계.   이 시계는 언제든 종료 알람이 울릴 수 있고, 그럼 오드리 벡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그녀는 죽고, 난 리아나 덱터로 돌아가야지.   지금 생각하니까 지난 학기가 꿈만 같다.
페이지 : 238

 

그녀가 조지와 영화 <썸씽 와일드>를 보고 나서 한 말은 그녀가 얼마나 다른 인생을 갈구하는지를 보여준다.

 

	만약 어떤 사람이 영화 속 룰루처럼 새로운 나를 만들어냈다면 그게 원래 모습보다 더 솔직하고...진정한 내가 아닐까?   아무도 가족을 선택할 수 없어.   이름이나, 외모, 부모도 선택할 수 없고.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선택권이 생기고 자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야.
페이지 : 286

 

 

그녀는 자신이 떠나온 과거와의 완벽한 단절을 원했던 것이다.

 

이 소설은 영화화가 되어도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

 

앞서 말했듯 <나를 찾아줘>와 같은 잘 빠진 스릴러물이 탄생하지 않을까?

 

이 책에서의 리아나는 <나를 찾아줘>의 로자먼드 파이크가 연기했던 에이미 던과는 또 다른 새로운 악녀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고속도로의 차들이 드리우는 그림자는 길어졌다가 짧아졌다가 다시 길어지며 방 안을 빙 돌아갔다.
페이지 : 190

 

길거리 모텔 안에서 비추는 그림자를 묘사하는 장면인데, 마치 영화 속 한장면을 보는 듯하다. 이처럼 장면, 장면에 대한 묘사가 어렵지 않게 사실적이어서 쉽게 읽어나갈 수 있다.

 

소설의 구조도 잘 짜여있어서 소설은 마지막 장면으로 시작하고, 조지의 20대와 40대를 계속 교차해가며 보여준다.

 

이렇게 교차해서 서술되고 있는 덕분에 결정적인 순간에 시간 전환이 이루어지고 대체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진거지 궁금하게 만든다.

 

독자들이 계속 흥미를 가지고 읽어나갈 수 있도록 매우 영리한 구조로 짜여져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한가지 이 소설의 아쉬웠던 점은 다름아닌 제목이었다. <아낌없이 뺏는 사랑> 책 제목만 보면 로맨스물을 연상시킨다. 오히려 이 소설의 원제 <The girl with a clock for a heart, 시계심장을 가진 소녀>로 그대로 번역해 내는 게 어땠을지 모르겠다.

 

이 책은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관객이나 독자라면 충분히 추천할 만하다.

아낌없이뺏는사랑, 피터스완슨, 북스타그램, 푸른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