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책을 안티 자기계발서로 명명한다. 요즘과 같이 자기계발서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 시대에 자기계발은 필요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급속한 변화와 혁신의 물결이 전세계를 뒤덮고 있다. 이렇게 유동적인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저자는 자기 내면에 집중하고, 보다 더 많은 일을 찾아서 하라는 자기계발서들의 채찍질에 반기를 든다.

 

저자는 자기통제, 마음의 평화, 삶의 유한한 본성에 대한 성찰을 강조하는 스토아 철학을 차용해서, 이룰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욕심을 거두고, 자기자기에 굳건히 서있으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기계발에 반대하는 자신의 책을 오히려 자기계발서들의 형식에 따라 비꼬듯이 썼다. 책은 총 7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 멈추다, 2장 바라보다, 3장 거절하다, 4장 참다, 5장 홀로 서다, 6장 읽다, 7장 돌아보다

 

소제목들만 보아도 요즘의 자기계발서들이 말하는 내용과는 사뭇 차이가 있지 않은가?

 

1장 멈추다

 

저자는 이 장에서 자기계발서들이 말하는 자기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라는 것을 멈추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 안이 아니라 밖을 쳐다보는 법을 배우라고 한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열쇠는 내 안에 있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과 문화, 자연으로 눈을 돌리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기내면에 대한 집착의 위험성을 심리학자 필립 쿠시먼을 인용하여 말한다.

 

	심리학자 필립 쿠시먼은 서구에서 우울증이 유행하는 이유는 자기 느낌에 집착하고 자기를 찾기 위해 치료를 받으면서 내면을 오래 들여다보다가 사실상 내면 깊숙한 곳에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는 순간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흔히 듣는 대로 삶의 의미를 우리 안에서 찾아야 하는데, 우리 안에 아무것도 없다면 결국 모든 게 부질없는 일이 되고 만다. 터무니없이 오랜 시간동안 자기를 탐색하다가는 결국 실망하고 말 위험이 있다.
페이지 : 50

 

저자는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을 멈추는 대신 당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라고 말한다. 내키지 않은 일을 하는 연습은 첫째, 미래에 어떤 시련이 닥치든 대처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고, 둘째, 작은 불편을 참는 연습을 하다 보면 미래에 불운이 닥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줄일 수 있고, 셋째,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 없이 지내다 보면 우리에게 있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다고 한다.

 

2장 바라보다

 

저자는 이 장에서도 흔한 자기계발서와는 반대로 이야기한다. 긍정적인 면에 집중하는 대신, 삶의 부정적인 면에 집중하는 법을 배우라고 말한다.

 

부정적인 면에 집중하면 몇 가지 이점이 있다고 한다. 첫째 부정적인 면을 보는 사람은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다. 둘째, 부정적인 면을 보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수로 거쳐야 할 첫 단계다. 셋째, 당신도 겪을 수 있고 언젠가는 ‘반드시’ 일어날 온갖 부정적인 일들을 생각하다 보면 지금의 삶을 더 고맙게 여기게 된다.

 

저자는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해’라고 말해주는 것은 가장 모욕적인 말이라고 한다. 그 사람에게 닥친 문제를 외부 환경보다는 그 사람 자신의 개인적 부족함으로 돌리는 말이기 때문이다.

 

	긍정적 사고를 의심없이 좇다 보면 결국 ‘희생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결과가 나온다. 우리의 고통이나 무능함이 이른바 긍정적 또는 낙관적 인생관이나, 긍정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긍정적 환상’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여기게 된다.
페이지 : 82

	이런 긍정적 사고방식이 개인에게 긍정적 태도와 행복을 강요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가속화 문화에서는 역설적으로 긍정성과 행복의 강요가 고통을 생산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늘 행복하지 못하고, 성공하지 못한다고 줄곧 자책한다.
페이지 : 83

 

 

저자는 강요된 긍정을 거부하고 투덜거리라고 이야기한다. 삶은 결코 완벽히 만족스럽지는 않으니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고 말한다.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없다면 그것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게 낫다.
페이지 : 88

 

그렇다고 저자는 부정적인 것에만 몰두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삶의 부정적인 면을 외면하지 말하야 한다고 말한다. 노상 편협하게 긍정적인 사람은 상황이 안좋아졌을 때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으며, 부정적인 면을 인정하는 사람은 미래의 시련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네카는 아들이 죽은지 3년이 흐름 뒤에도 여전히 슬픔으로 기운이 없는 마르키아에게 보내는 위로문에서 인생의 모든 것은 그저 ‘빌려온’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썼다. 우리가 무엇을 바라든 운명은 경고 없이 그것을 앗아갈 수 있다. 이런 사실을 깨닫고 나면 우리가 가진 것들을 우리에게 허락된 짧은 시간 동안 사랑해야 할 이유가 더 커진다.
페이지 : 91

 

매일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서 하루 하루를 살았다는 스티브잡스처럼, 저자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네가 죽으리라는 걸 기억하고, 죽음을 매일 생각하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무기력에 빠지라는 말이 아니다. 우리가 언젠가 죽는다는 생각에 익숙해지면 삶을 더 감사히 여길 수 있다고 말한다.

 

	모두들 ‘좋은 삶’에 대해서는 쉽게 말하면서도 잘 죽는 법을 배우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잘 죽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16세기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가 쓴 것처럼 “죽는 법을 배운 사람은 노예가 되는 법을 잊는다” 죽음을 생각하는 목적은 죽음 그 자체에 매혹되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는 생각에 익숙해짐으로써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삶을 소진하는 것을 막고,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다.
페이지 : 93

 

3장 거절하다.

 

저자는 이장에서 늘 ‘예’라고 말하는 대신 ‘아니오’라고 말할 것을 권한다.

 

	사람들에게 ‘예’라고 말하도록 강요하는 짓은 비열하다. 이런 요구는 사람들을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언제든, 어느 곳으로든 지시받는 대로 가야 하는 한낱 하인 같은 존재로 만들어버린다.
페이지 : 106

 

저자는 ‘아니오’라고 말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한발짝 뒤로 물러나 현재 상황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져 결국 길을 잃는다고 말한다.

 

	‘아니요’를 더 일상적으로 말할수록 자기 두 발로 굳건히 서기가 쉬워지며 삶의 중요한 일들에 충실할 수 있다. 노상 ‘예’라고 말하는 사람은 누군가 ‘이봐. 이리 와바!’라고 말할 때마다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뤄야 할 것이다.
페이지 : 115

 

 

물론 저자가 강요된 긍정, 숨막히는 예스 문화에 대해 비판적이기 때문에 그의 주장 자체도 좀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저자의 의도가 무조건 ‘아니오’를 말하라는 의도도 아닐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 강요된 답이 아닌 자기 스스로의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저자는 결국 말하는 것이다.

 

	스토아 철학의 목표는 괴팍한 반대론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가속화 문화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이다. ‘아니요’라고 자주 말하지 못하겠다면 늘 되돌아보고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의심하고 망설이는 연습을 하라. 그럴 때는 ‘예’라고 말하는 대신에 ‘생각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된다.
페이지 : 121

 

 

 

4장 참다

 

 

저자는 이 장에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는 연습을 하라고 말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문화에서 우리 감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빨리 변해서 단단히 딛고 설 토대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 자신도 2장에서 삶의 부정적인 면을 보라는 말과 감정을 억제하라는 말, 즉 화를 먹제하라는 말이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하면서, 각기 다른 상황에 적용되는, 서로 다른 충고라고 말한다.

 

	일반적인 자기계발서는 한 가지 구체적인 해답을 추천하지만 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현실은 복잡하며 한 가지 단순한 해답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잊지 마시길! 또한 화를 내는 것과 부정적인 면에 주목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도! 스토아 철학자들의 목표는 화를 내지 ‘않고’ 부정적인 면을 바라보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부정적인 일을 삶의 일면으로 받아들이거나,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긍정적으로 변화시켜라
페이지 : 143

 

인용한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저자는 현재의 한 극단으로 치우진 현상에 반발하기 위해 또 다른 한 극단에 치우친 의견을 제시하지만, 그렇다고 저자는 자신의 의견이 절대 명제임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결국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균형적이며, 비판적인 삶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5장 홀로 서기

 

저자는 이 장에서 코칭이나 심리치료에 의존하지 말고 홀로 서라고 조언한다.

 

	코칭의 위험은 우리가 가만히 있도록 놔두지 않고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는 데 있다. “누구에게나 항상 발전의 여지는 있는 법이고, 당신이 발전하지 않는다면 그건 당신 잘못이다.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페이지 : 157~158

 

대부분 코칭의 특징은 당신이 충분한 의지와 동기를 가지고 노력만 한다면 무엇이든 이루어 낼거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되면 그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않은 것이 되버리고 만다.

 

저자는 코칭이나 심리치료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만 집중하도록 말하고, 개인적 주관적 관점과 선택을 넘어선 삶의 의무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그들은 하고 싶기 때문이 아니라 중요하기 때문에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삶에는 개인들이 어떻게 느끼든 간에 그 자체로 중요한 일이 있는 법이다. 그러나 코칭과 자아종교는 이런 생각에 코웃음을 친다.
페이지 : 161~162

 

이 책은 코치와 결별하고 자아 밖의 삶과 연결되기로 마음먹었다면,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만한 일을 찾아보라고 한다.

 

	이름 없는 선행을 하다보면 선행의 본질적 가치를 이해하게 된다. 무엇이 가치 있는지 아닌지 결정하는 기준이 자신의 내적 경험이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세상에는 그 자체로 좋고 중요하고 의미있는 것들이 있다. 그 대가로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 해도 말이다.
페이지 : 170~171

 

6장 읽다

 

특이하게도 이 장에서 저자는 전기나 자서전을 읽기보다 소설을 읽으라고 권한다. 소설은 우리 삶의 복잡하고 종잡을 수 없고 혼란스럽고 다면적인 모습을 그대로 그린다.

 

	소설을 읽다 보면 삶을 뜻대로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어떻게 우리 삶이 사회, 문화, 역사와 얽혀 있는지 깨닫게 된다. 이런 점을 깨닫고 나면 겸허해진다. 그리고 겸허함은 끊임없는 자기탐색과 자기계발이 아니라 의무를 다하는 일로 우리를 이끈다.
페이지 : 177

 

저자가 말하듯 전기나 자서전에서 보이는 삶의 모습은 약간의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노력해서 결국 성공한다는 단선적인 흐름의 이야기들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읽고나서 나도 저렇게 노력해서 성공해야 겠다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성공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결국 자존감만 해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저자는 삶의 복잡 다단함을 묘사하는 소설이야 말로 삶을 진정으로 묘사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하루키의 소설들, 미셀 우엘벡의 <소립자>, 칼 오베 크나우스고리의 <나의 투쟁>를 읽어보라고 권한다.

 

이러한 소설을 읽는 경험 속에서 우리 내면이 아닌 우리를 둘러싼 세상으로부터 의미를 끌어내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7장 돌아보다

 

이 장에서는 발전 대신 반복을 중요하게 여기고 과거를 곱씹는 법을 배우라고 말한다.

 

과거를 돌아보면 낡은 관습밖에 배울게 없으므로, 미래와 연결되는 현재를 중요시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에게 인간이 아닌 동물이 현재를 가장 중요시한다고 말한다.

 

	동물들은 과거를 회상하거나 과거 세대가 습득한 지식을 새 세대로 전달할 인지능력을 무겁게 짊어지지 않는다. 인간이 아닌 동물은 현재에 산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현재 순간을 뛰어넘어 고유한 방식으로 과거를 사용하는 점이다.
페이지 : 203

 

 

저자는 과거의 혜안과 성취에 관심을 가지라고 말한다.

 

	새로움은 이미 알려진 것의 지평 안에서만 의미가 있다. 과거와 전통을 조금도 모른다면 새롭고 유용한 것을 만들어낼 수 없다.
페이지 : 207

 

 또한 단단히 서있기 위해 과거를 돌이켜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한다.

 

	과거를 아는 것은 단단히 서 있기 위한 조건이다. 과거가 없다면 단단히 딛고 설 ‘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페이지 : 208

 

이 장에서 말하는 맥락도 결국은 6장과 비슷하다. 소설을 통해 삶이 얼마나 복잡다단하고, 어떻게 온갖 사회적, 역사적 과정과 복잡하게 연결되는 지를 알 수 있듯이 과거를 돌이켜보면 그러한 사실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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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 책에서의 자신의 주장이 자기계발을 긍정적으로 찬양하기 만큼이나 쉽게 왜곡될 수 있음을 인정한다. 저자는 현재의 고속화 문화와 미친 자기계발 열풍을 반박하기 위해 또 다른 극단을 이야기한 것이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항상 긍정적이며 미래에 집중하고 자신을 모든 것의 중심에 놓는 삶은 ‘진짜’ 어리석다. 어리석을 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타인들이 그 자체로 가치 있으며, 우리가 도덕적으로 의무를 다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개인의 성공을 위해 이용되는 도구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페이지 : 222

 

그러나 저자도 인정하듯 항상 부정적으로 세상을 보며, 한결같이 ‘아니요’라고 답하고, 노상 감정을 억누르는 것도 어리석기는 마찬가지다.

 

	고삐 풀린 성장 철학이 도처에 퍼진 시대이다 보니 나는 부정적 태도를 제시할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현대 사회에서는 의심이 정당하며 꼭 필요한 미덕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다.
페이지 : 224

 

삶은 정답이 없다. 자기계발서대로 마냥 긍정적인 사고로 살 수도 없고, 저자가 말하듯이 부정적인 사고로 일관할 수도 없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와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지만, 때로는 자기 내면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결국 어떻게 살아내느냐는 자기 자신이 선택하는 문제다. 어느 한 극단으로 치우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어렵고 힘든 순간에는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고, 즐겁고 행복한 순간에는 어렵고 곤궁했던 때를 잊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흥미진진하기도 하면서, 가끔은 두려운 생각이 들만큼 삶은 결코 간단치가 않다. 이런 복잡다단한 삶 앞에서 무슨 일이 닥쳐도(그게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굳건하게 버텨낼 수 있는 체력과 건강한 생각들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탠드펌, 스벤브링크만, 안티자기계발, 스토아철학, 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