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강화도>는 사회학자인 송호근 교수가 쓴 장편소설입니다. 처음에 사회학자가 소설을 썼다는 머릿글을 읽고, 사회학 교수가 왜 소설을 쓰게 됐을까 궁금했습니다.

 

	나는 논리 밖으로 자주 외출해 소설과 밀회했다. 논리는 세상을 재단할 뿐 공감하려 하지 않았다. 세상은 감성의 바다에 떠다녔다. 민얼굴의 인간과 사회가 거기 있었다. 오래 미뤄뒀던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   나는 과거와 미래, 내부와 외부를 끊임없이 진자운동하는 사회학자로 살았다. 그 경계선 위에 올라앉아 옛것과 새것, 민족과 세계, 시세와 처지를 관찰하는 문사를 자처했다.   19세기 후반 신헌은 검은 연기를 뿜으며 밀려오는 일본 함대를 몸 하나로 대적했다. 밀려오는 왜양과 사대부의 척사 사이에서 진자운동하는 신헌의 내면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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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당시 밀려들어오는 외세와 밀쳐내려고 하는 조정 사이에서 인간적인 고뇌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무장 신헌에 대해 공감했습니다. 

 

당시 조선은 흥선대원군이 아들인 고종을 대신해 정권을 잡고 있었습니다.

 

흥선대원군은 러시아의 남하를 견제하고자, 프랑스의 천주교 선교사를 이용하여 프랑스를 끌어들이고자 했으나 결국 이러한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납니다.

 

그후 청나라가 천주교를 박해하고, 조선의 유생들도 천주교에 대해 반발하자 흥선대원군은 천주교를 박해하는 것으로 태도를 바꾸게 됩니다.

 

병인박해를 통해 아홉 명의 프랑스 선교사와 수천 명의 천주교 신도들이 처형한 것입니다.

 

이러한 병인박해로 인해 프랑스가 침공하는 병인양요(1866년)가 일어나고, 또한 제너럴셔먼호 사건을 빌미로 미국이 침공하는 신미양요(1871년)도 일어납니다.

 

조선은 큰 피해를 입었지만 이 두 번의 외세의 침공을 막아내면서 더욱 나라의 빗장을 걸어잠그게 됩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은 일촉즉발이었습니다.

 

외세의 신식무기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외세에 의해 나라가 무너지는 것이 언제라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조선의 굳게 잠긴 문을 여는 행렬에 일본도 가담합니다.

 

운요호 사건(1875년)을 빌미로 이듬해인 1876년 일본이 신식화기로 무장한 함대를 강화도로 보낸 것입니다. 

 

조정은 당시 판중추부사 신헌을 이들과 담판을 짓도록 파견합니다.  

 

이 책의 부제이기도 한 심행일기는 신헌이 1876년 2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한 달 동안 강화도 조약 체결 과정을 상세하게 적은 기록이라고 합니다.

 

저자가 소설을 쓰게 되었던 계기는 아마도 이 심행일기가 큰 원인으로 작용했을 듯 합니다.

 

국제 정세를 파악하지 못하고 허물어져 가는 중국만 바라보며 척사에만 관심이 있는 당시 정치상황에서, 어떻게든 전쟁을 막아야하는 신헌의 고뇌를 아마 저자가 느끼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소설책의 제목인 강화도는 꽤나 상징적입니다.

 

강화도는 당시 바다를 통해 서울로 갈 수 있는 전초기지였습니다. 때문에 조선을 침략하려는 세력은 강화도로 들어올 수 밖에 없었고, 조선은 서울을 지키기 위해서는 길목인 강화도를 꼭 지켜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강화도는 완충이었다.   반짝이는 한강 물이 넘실거리며 흘러가 닿은 곳, 그리움의 퇴적이 강화도였다.   조정과 촌락에서 만들어낸 모든 정의와 불의가, 시기와 관용이, 정론과 이단이 뒤섞여 흘러 퇴적물로 쌓이는 섬이 강화도였다....   내가 상륙한 강화도는 원양의 역류를 온몸으로 버텼다.   양적이, 왜적이 바다를 밀고 올라왔다.   그 역류는 천년의 고립을 끝내라는 제국의 명령이었다.   밀쳐내고 밀려드는 두 개의 힘이 맞부딪혀 와류가 만들어지는 섬, 나의 완충 강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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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왜 강화도에 주목했을까요?

 

	2017년 갈피를 못 잡는 정치권과 내부 싸움에 여념이 없는 한국 사회와 어딘가 닮지 않았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 얘기는 ‘오래된 미래’다. 안타까운 과거에서 발원하는 통한의 성찰을 진취적 사고로 갈아 끼우지 못한 채 반복의 덫에 빠져드는 누추한 미래,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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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한 것처럼, 오늘날 정치권의 모습은 당시 우왕좌왕했던 조정의 모습과 상당히 닮아있습니다.

 

나라를 위해 서로 단결하고 협력해도 모자를 판에, 서로 헐뜯고 물고 늘어지기 바쁜 상황입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보수주의가 전세계를 뒤덮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 충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외세의 침략에 시달렸던 19세기 후반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필요한 명분을 내세우고, 내부적인 정치 이권 다툼에만 몰두한다면 저자가 말한 것처럼 19세기 후반의 상황이 오늘날 다시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 자신이 밀려오는 왜양과 밀어내는 사대부의 중간에서 완충의 역할을 하고자 했던 신헌처럼, 오늘날의 우리 대한민국은 내부의 화해를 도모하고, 나아가 외부와의 화해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완충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강화도, 심행일기, 송호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