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마크 트웨인은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왕자와 거지> 등을 쓴 미국 소설가이다. 미국의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미국의 모든 현대 문학은 마크 트웨인이 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책 한 권에서 비롯되었다”라고 이야기할 만큼 마크 트웨인은 미국 문학사나 세계 문학사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이 책 <마크 트웨인의 관찰과 위트>는 마크 트웨인에 관한 자료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크 트웨인의 노트들, 그와 관련한 신문기사, 그가 보냈던 편지, 메모들을 망라해 주제별로 그 내용들을 실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문학에서 천재적인 역량을 발휘했던 마크 트웨인의 인간적인 면모와 당시 유머작가로도 인기있었던 그의 위트를 엿볼 수 있다.

한 때 미시시피강을 오르내리는 증기선의 조타수였던 그는 1,200~1,300마일에 이르는 미시시피강의 항로를 익히기 위해 수첩을 사서 메모를 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그도 어지간히 일기를 쓰기는 싫어한 것 같다.

무자비하고 악랄한 벌을 주고 싶다면, 일기를 쓰겠다고 맹세하게 하라!

페이지 : 16

심지어 그가 쓴 일기는 이런 식이다.

월요일 - 기상, 씻었음, 잤음

화요일 - 기상, 씻었음, 잤음

그는 이런 식의 일기도 한달을 채 못버티고 그만두고 만다.

내 삶에는 뜻밖의 일이 아주 드물게 일어나서 굳이 일기 쓸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렇지만 내가 이렇게 어릴 때도 날마다 씻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매우 뿌듯함을 느낀다.

페이지 : 16

마크 트웨인은 스크랩광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집착했고, 그것을 많은 시간을 들여 스크랩했다. 스크랩을 하면서 일일이 풀칠하는 것을 귀찮아했던 그는 접착력있는 스크랩북을 개발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크 트웨인 책 중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벌어준 책은 아무 글자도 쓰이지 않은 이 스크랩북이었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에 실린 1885년 6월 8일자 기사에 따르면 마크 트웨인의 다른 책 전부에서 얻은 이익이 합해서 20만 달러지만, 스크랩북 하나가 5만 달러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그는 <왕자와 거지> 연극 무대에 오른 당시 아역스타 엘시를 위해 자수를 한 슬리퍼를 선물하기도 했다.

사람들 앞에서는 신지 마렴.

사람들이 시샘할 테니.

어쩌면 총을 쏘려고 할지도 몰라.

그냥 너를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수많은 사람 가운데 네 친구가 있다는 걸 떠올리는 용도로 쓰길

페이지 : 34

그는 자신이 쓴 작품의 말광량이 소년들처럼 그 자신도 꽤나 개구쟁이였던 듯 하다.

우리 어머니는 나 때문에 속이 많이 썩었지만, 어머니도 나름 즐기셨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두 살 어린 동생 헨리는 전혀 말썽을 부리지 않았기 때문에, 착하고 정직하고 순종적인 헨리가 안겨주는 따분함을 내가 다른 방면으로 다양하게 해소해주지 않았더라면 어머니가 꽤 힘드셨을 것 같다.

나는 어머니의 원기회복제였다.

소중한 존재였다.

페이지 : 49~50

그는 열정적인 투자자이기도 했는데, 투자자로서 성공하지는 못했다. 1972~1888년에 제임스 W. 페이지가 발명한 ‘페이지 식자기’에 30만 달러, 오늘날 가치로 5,905,833달러를 투자했는데, 이 기계는 실패했고, 그는 한푼의 수익도 얻을 수 없었다. 덕분에 그는 1893년 59세때 파산 신청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책에 나오는 날씨 설명을 무척 싫어했다고 한다. 날씨 설명은 책의 이야기 전개에 맥을 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는 다른 책을 쓸 때 날씨를 완전히 없애는 방법을 시도하기도 했다.

날씨가 필요하면 능력 있고 인정받는 전문가들의 책에서, 물론 출처를 밝히고 빌려서 쓰는 편이 현명할 듯 싶다.

이 책에서는 날씨가 방해가 되지 않게 책 뒤쪽에 실었다.

‘부록’을 보라.

독자는 책을 읽다가 가끔 책 뒤로 가서 날씨를 누리길 바란다.

페이지 : 64

마크 트웨인은 글을 쓸 때 형용사를 쓰는 것을 싫어했다고 한다.

형용사를 잡았다면 죽이세요.

아니, 전부 다 죽이라는 건 아니고, 대부분 제거하세요.

그러면 살아남은 것들이 소중해질 겁니다.

형용사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 힘이 없어집니다.

멀찌감치 떼어 놔야 힘이 생기지요.

형용사를 쓰는 습관, 그러니까 장황하고 산만하고 화려한 글을 쓰는 습관을 한번 들이고 나면 달느 나쁜 버릇들처럼 떨치기가 아주 힘듭니다.

페이지 : 74

글쓰기에 관해 글 좀 쓴다는 모든 사람들이 충고하듯 그 역시 글은 많은 형용사 없이 간명하게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지나친 수식없이 간명하게 쓰는 글이 보다 전달력이 뛰어난 것 같다.

그가 찰스 디킨스의 낭독회에 참석해서 찰스 디킨스가 무대에 걸어나오는장면을 묘사한 글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왜 글을 잘 쓰는 지를 이해할 수 있다.

8시 정각에, 소개말도 없이 청중이 손뼉을 치거나 발을 굴러 부르기도 전에, 키가 크고(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정정하고’ 다리가 가는 노신사가, 돈 걱정 없이 차려입고(특히 셔츠 앞섶과 다이아몬드) 단춧구멍에 빨간 꽃을 꽂고 잿빛 턱수염, 콧수염을 기르고 앞머리는 벗어졌는데 옆머리는 바람맞은 듯 거칠게 앞으로 빗어 마치 돌풍을 뒤에서 맞고 있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디킨스 본인이 등장했다!

‘무대에 등장’한게 아니라(이런 표현은 너무 인위적이다)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아주 영국적인 방식으로 가장 영국적인 스타일과 모습을 드러내며 넓은 무대를 곧장 저벅저벅 걸었다.

어떤 것에도 신경 쓰지 않고 무수한 청중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지, 왼쪽도 오른쪽도 돌아보지 않고 마치 아는 아가씨가 길모퉁이 뒤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똑바로 쭉쭉 걸어 나왔다.

페이지 : 76

그의 소설에서 모험을 즐기는 소년들이 등장하듯 그는 인생을 정해진 규범대로만 살면 지극히 무료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착하게 살아라. 외로워질 것이다

부도덕감은 부도덕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어떻게 즐길 수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언제나 옳은 일을 하십시오. 그러면 일부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나머지 사람들을 경악케 할 겁니다.

잘못을 했으면 꼭 인정하세요. 그러면 윗사람들이 방심하기 때문에 또 잘못을 저지를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무언가 위안이 되는 느낌이다.

마크 트웨인은 여느 예술가가 그렇듯 무척이나 예민하기도 했다. 그가 지인 집에 방문해서 하룻밤 묵은 일화는 이런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음 날 아침 깨어보니 집안이 고요했고 무언가 이상했다.

하인방에 가보았는데 하인들도 깊이 잠들어 있었다.

뒤쪽 홀의 알람시계가 손님들이 잠자리에 든 시간 무렵에 멈춰 버린 것이었다.

작업실 시계도 멈춰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집안에 있는 모든 시계가 멈춰 있었다.

클레멘스(마크 트웨인)가 시계가 잠을 방해한다고 아침 기차나 낭독회 스케줄은 아랑곳 않고 시계를 다 잠자게 해버렸다.

이를 추궁하자 클레멘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게, 시계들이 전부 과로하니까. 하룻밤 쉬고 나면 훨씬 좋아질거야.”

페이지 : 149~150

그는 창세기에 최초로 나오는 아담을 풍자의 소재로 삼기도 했다.

“아담이 사과를 먹은 건 사과를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금지되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사과가 아니라 뱀이 금지되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담과 노아가 제 조상입니다. 이 사람들에 관해서는 별로 높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아담은 품성이 부족해요. 사과를 믿고 맡길 수가 없습니다. 노아는 어리석게도 항해 지식 없이도 항해할 수 있다고 착각했어요. 지구에서 딱 하나뿐이던 모래톱에 상륙한 건 우연이었죠”

페이지 : 173

그가 정치나 정치인에 관해 한 말들은 통쾌하다.

“당신이 바보라고 해봅시다. 그리고 당신이 의원이라고 해봅시다. 그런데 같은 말을 두 번 했네요”

“정치가들은 기저귀와 같다. 자주 갈아줘야 한다. 이유도 같다”

페이지 : 242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자주 갈아줘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여성 참정권에 대해 풍자의 글을 써서 신문에 실기도 했다.

제가 아는 어떤 여자분이 얼마 전에 이 문제에 관해 내 생각과 아주 비슷한 말을 했어요. 그분은 여성 참정권에 반대한다고. 왜냐하면 여성이 흑인이나 남성과 같은 수준으로 낮춰지는 걸 보고 싶지 않다고요!

여자들이 투표하고 정치에 간여하고 선거유세에 나서는 건 보고 싶지 않아요. 그런 생각을 하면 어쩐지 거부감이 드네요.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나한테 술 한잔하자고 하면 충격이겠지요.

페이지 : 253~254

이런 예민한 문제를 이렇게 풍자적으로 써서 신문에까지 기고할 수 있을까? 오늘날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비난과 댓글에 시달렸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의 글의 진정한 의도가 어떻든지 간에 그의 생각을 곡해하는 사람들이 비난할 가능성을 알면서도 그는 용감하게 저런 글을 신문에 기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천편일률적이고, 남이 써준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쓰는 요즘 시대의 기자라고 불리는 분들이나 칼럼리스트들이 좀 보고 배워야하지 않을까?

마크 트웨인이 자신의 아내 올리비아 랭던에게 쓴 편지와 그녀에 관해 쓴 글들에서는 그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볼 수 있다.

당신은 오늘 나에게 일 년전 당신 생일 때보다 더 소중해요. 일년 전에는 그 전해보다 더 소중해졌는데- 첫 번째 생일부터 계속 점점 더 사랑스러워지는군요. 마지막 순간까지 죽 그렇게 나아가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페이지 : 269~270

오늘밤 9시 15분쯤에 내 삶의 생명인 그 사람이 부당하고 불합리한 고통에 여러 달 시달리다가 마침내 안식과 평안에 들었다. 37년 전에 그 사람을 처음 만났는데, 이제는 그 사람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다. 아, 이렇게 가버릴 줄은! ... 결혼 생활 34년 동안 리비의 마음을 다치게 했을 나의 행동이나 말 때문에 가슴에 회한이 가득하다.

페이지 : 271

아기에 관해 그가 한 말도 꽤 재미있다.

아기는 여러분을 오만방자하게 다루고 무시하지만 아무리 용감한 사람이라도 맞서서 한마디 할 수도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전쟁터에서 죽음의 포화에 맞선 사람들이었을지언정, 아기가 수염을 뽑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코를 비틀 때에는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페이지 : 277

무슨 수를 쓰더라도 아기를 만류할 수가 없습니다. 아기 하나로 하루가 꽉 찹니다.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쌍둥이를 바라지는 마세요. 쌍둥이는 끝나지 않는 소요나 마찬가지입니다. 세쌍둥이라면 내란하고 다를 바가 없지요

페이지 : 279

트웨인의 첫째 딸 수지 클레멘스가 열 세 살때 그에 관해 쓴 글을 보면 그가 얼마가 가족들을 아끼고 사랑했는지도 엿볼 수 있다.

아주 좋은 분이고 무척 재미있다. 성질이 좀 있는데 우리 식구들 다 그렇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사람은 만나지 못할 것이다. 아, 그리고 진짜 얼빠진 사람이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페이지 : 281

마크 트웨인은 노년을 외롭게 지낸 듯하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첫째 딸과 셋째 딸도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 보낸 것이다. 그는 1910년 죽기 몇 달전 유일하게 남은 혈육인 둘째딸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다.

네 편지가 너무 긴거 아닌가 걱정하지 말아라. 네 편지 읽는 걸 좋아하니까. 길면 길수록 좋단다. 그렇지만 편지 쓰다 지칠 때까지 쓰면 안된다. 그랬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내가 속상할 테니까. 정말로 네가 결혼했다고 출가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예전보다도 지금 네가 더 가깝고 정겹게 느껴진다. 내 멋진 선단의 배달은 모두 너에게 내어 주었어. 네가 내 전 재산이거든. 하지만 네가 있는 한 나는 언제까지고 부자란다.

페이지 : 291

그는 사내아이들의 모험에 관한 소설을 쓴 것에서 알 수 있듯 사내아이들에 대해 관대한 시선도 가지고 있다.

제 임무를 잘 지켜야 한다는 건 알지만, 저는 사내아이들에 관해서는 나약하고 부덕해져서 저도 모르게 아주 못되고 시끄러운 녀석들도 편을 들어주고 맙니다.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는 놈들에는 반대하지만요. 우리 식구들은 저더러 현관문 계단 위에서 회합을 여는 녀석들을 막으라고 하지만 저는 치사하게 회피합니다. 애들이 그걸 좋아한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사실 저도 식구들이 골탕먹는 걸 은근히 즐기기도 하고요

페이지 : 297

마크 트웨인은 고양이를 좋아해서 고양이를 어깨에 얹고 다니곤 했다고 한다.

나는 아버지(마크 트웨인)가 고양이를 예뻐하리하는 걸 알아서 아버지에게 선물로 보냈는데 과연 아버지가 잘 돌봐주었다. 입원 얼마 뒤에는 편지를 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밤비노가 내가 보고 싶어서 우유도, 고기도 먹지 않는다고 편지에 써 보냈다. 그러더니 며칠 뒤에는 그 말을 번복하는 편지가 왔다. “네 고양이가 우유와 고기를 먹지 않고도 기적의 힘을 입은 듯 살 수 있는 까닭은, 몰래 쥐를 잡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단다.”

“인간을 고양이와 교배할 수 있다면, 인간은 개량되겠지만 고양이는 퇴보할 것이다”

클레멘스네 집에는 ‘사탄’이라고 이름 붙인 검은 고양이가 있었는데, 이 고양이가 또 새카만 고양이를 새끼로 낳자 샘이 ‘죄’라는 이름을 붙였다.

페이지 : 338~339

옮긴이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야기했듯이 이 책은 마크 트웨인의 삶을 해설하려고 하지 않고 여러 자료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자료들만을 읽다보면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나 자신도 단순히 일기, 신문기사, 강연, 편지 등의 자료들의 나열에 길을 실제로 잃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점이 이 책의 단점이자 장점이 될 수도 있을 듯 하다. 누구의 관점도 아닌 독자가 스스로 마크 트웨인에 관한 여러 자료들을 통해 그에 대해 직접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니 말이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을 좋아하고, 영문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볼만 하다. 그 외의 분들도 잠깐의 길을 잃을 각오를 하고 천천히 책을 읽다보면 그의 유머와 열정들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크트웨인, 관찰과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