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모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음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모두 언제인지 모르지만 유한한 그 끝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 대부분은 항상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간다. 자신에게 죽음은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라는 것처럼...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온다. 우리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살고, 숨 쉬고, 대사 작용을 하는 유기체로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향해 속수무책으로 살아간다. 죽음은 당신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다.
페이지 : 142

 

 

<숨결이 바람될 때> 이 책은 인생의 최고 정점에서 암선고를 받은 신경외과 레지던트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이다.

 

저자인 폴 칼라니티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공부하고, 예일 의과 대학원에 진학해 의사의 길을 걸었다.

 

의과 대학원을 졸업 후 스탠퍼드 대학 병원으로 돌아와 힘든 레지던트 생활 끝에 솜씨 좋은 의사로서 명성을 얻고, 여러 대학교에서 교수자리를 제안 받는 등 그의 앞에는 이제 장밋빛 미래가 막 펼쳐지려고 하던 순간이었다.

 

이런 그에게 돌연 암이 찾아와 죽음에 직면하게 된다.

 

	나는 죽음과 마침내 대면하게 되었지만, 아직 죽음의 정체를 명확하게 알 수 없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치료했던 수많은 환자들이 남긴 발자국을 보고 따라갈 수 있어야 할 텐데, 기로에 선 내 앞에 보이는 거라곤 텅 비고, 냉혹하고, 공허하고, 하얗게 빛나는 사막뿐이었다. 마치 모래 폭풍이 그동안 친숙했던 모든 흔적을 쓸어간 것처럼
페이지 : 149

 

죽음은 매일 그것을 보는데 익숙했던 신경외과 레지던트에게도 그것이 자신의 문제로 다가왔을 때 생소함과 당황스러움을 안겨주는 것이다.

 

저자에게 아직 암이 찾아오지 않은 시절,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소에서 근무할 때 알게 된 전기공학과 신경생물학 교수인 브이의 이야기는 얼마나 인간이 죽음 앞에서 무기력하고 당황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날 내 맞은 편에 앉은 브이는 미소 대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지금은 자네가 의사로서 얘기해줬으면 좋겠어.” “알겠어요” “내가 췌장암에 걸렸다는군” “브이....알았어요. 더 얘기해보세요” ..... 그는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폴, 내 삶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 내가 옳은 선택을 한 것 같아?”   나는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내가 도덕적으로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도 죽음에 직면하면 이런 의문이 드는 모양이었다.
페이지 : 127~128

 

죽음에 직면하게 되면,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되지? 그동안의 내 삶은 의미가 있었던 건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정작 매 순간 해야 했을 그런 생각들을 죽음에 직면해서야 비로소 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죽음에 직면해서도 아내와 아이를 갖기로 결정을 하고,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죽어가는 대신 계속 살아가기로 다짐한다.

 

	그리고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순회 방문객과도 같지만, 설사 내가 죽어가고 있더라도 실제도 죽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
페이지 : 180

 

 

이처럼 죽음에 마냥 굴복하지 않고 가족들과 서로 아껴주며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는 저자의 모습은 숭고해 보이기까지 했다.

 

저자는 이 책을 다 끝마치지는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그래도 그는 자신의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남긴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페이지 : 234

 

이 책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 지를 말해준다.

 

저자의 질문,

 

반성하지 않는 삶이 살 가치가 없다면, 제대로 살지 않은 삶은 뒤돌아볼 가치가 있을까? 

 

그리고, 저자가 죽음과 싸우며 되뇌이던 사뮈엘 베케트의 말처럼...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거야(I can't go on. I'll go on.)

 

우리는 우리의 삶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심지어 죽음이 우리 예상보다 너무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남은 삶을 보다 의미있게 만들기 위해...

 

이 책의 마지막 장에 담긴 저자와 아내, 그리고 아이 세 가족의 행복한 순간을 담은 사진처럼, 우리는 죽음을 향해 내달리는 순간 순간 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 끝을 알기에 우리는 그 끝을 어떻게 맞이할지를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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