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멸종 위기에 처한 코뿔소가 영원히 사라지기 전에 코뿔소를 두 눈으로 보고 싶어서 친구들과 함께 사파리 여행을 떠났다.

 

친구들과 눈에 불을 켜고 코뿔소를 찾아다니지만 사흘이 되도록 코뿔소를 발견하지 못하다가 마침내 어미코뿔소와 새끼를 발견했다.

 

가이드는 코뿔소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지만 당신은 사진에 담고 싶은 생각에 살금 살금 다가간다.

 

흥분한 나머지 당신의 친구들이 부는 통에 어미코뿔소가 당신을 발견하고 화가 잔뜩 나서 달려올 채비를 한다.

  

돌격하는 코뿔소를 저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코뿔소는 이미 첫발을 떼었고 너무 가까이 접근했던 당신에게 시속 40마일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다.

 

당신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보통 금융 관계자들과 수많은 정책입안자들은 개연성이 희박하지만 현실로 닥쳤을 때 그 충격과 파급력이 엄청난 재앙을 뜻하는 “블랙스완”에만 집착하고, 개연성이 높고, 위험하고, 분명한 위기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이 있다.

 

	검은 백조는 우리 인간의 예측능력을 벗어난다. 반면 회색코뿔소(Gray Rhino)는 당연히 알아채야 하지만 자주 놓치는 위험 혹은 보고서도 못 본 척하는 위험을 말한다. 회색 코뿔소는 대부분 신호가 너무 미약해서 포착하기 힘든 위기가 아니라 위험신호를 일부러 무시하고, 위기에 일찌감치 대응하지 않는 태도를 당연시하고 이를 부추기는 시스템 때문에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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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미셸부커는 명백한 위기에 사람들이 왜 잘 대응하지 않는지에 대해 서문에서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나는 두 차례나 잇몸을 수술한 경험이 있는데, 이 경험을 회색코뿔소 패러다임과 연결 지어도 좋을 듯하다. 치아에 발생한 문제는 금융위기나 허리케인 같은 엄청난 재해에 비하면 너무나 시시한 일이다. 하지만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위협요소에 대해 비합리적으로 대응하는 인간의 사고방식은 사소한 문제나 거대한 위기에나 동일하게 작동한다. 치실질을 열심히 하고 6개월마다 스케일링을 받으라는 의사의 주의를 간단히 무시하는 것도 우리의 뇌가 위기를 회피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이다.....별로 고통스럽지 않고 크게 불편하지 않을 때 간단히 예방할 수 있는 사안이었음에도 우리는 잇몸 수술이라는 큰 충격이 있고 나서야 주의를 기울인다.
페이지 : 12

 

사람들은 거대한 코뿔소처럼 문제가 너무 극명해서 모두가 주목한다는 사실 때문에 문제에 잘못 대처하거나 문제를 문제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 결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는 엄청한 위기를 예방하는데 실패한다.

 

저자는 회색코뿔소를 만났지만 규칙을 깨서 회색코뿔소가 돌진하고 있을 때 어떻게 하면 회색코뿔소에게 들이받히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이 책에서 이야기한다.

 

책의 비유와 사례들은 탁월하다.

 

눈에 보이는 위험 징후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설명하며 데이브 캐럴이라는 가수의 사례를 소개한다.

 

	유나이티드항공이 데이브 캐럴(Dave Carroll)이라는 가수의 3,500달러짜리 테일러 기타를 파손하고도 손해배상도 하지 않고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을 때, 캐럴은 불같이 화만 내지 않았다. 캐럴은 이 사건을 노래로 담아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었고, 며칠만에 100만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기업의 실책을 지적했을 때, 그것이 얼마나 많은 소비자에게 노출될 수 있는지 그 위력을 알지 못했다. 거대한 변화를 파악하지 못한 유나이티드항공은 사소한 고객의 불만이 얼마나 심각한 사태로 번지는지 알지 못했기에 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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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위기 징후가 보일 때 적시에 대응하는 것이 매우 어렵지만, 이러한 위기를 잘 이용하면 매우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사례로 든다.

 

	사이언캐피탈(Scion Capital)의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는 서브프라임 위기가 다가오는 신호를 읽고, 2005년부터 모기지시장 폭락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단기 수익에 관심이 있었기에 버리가 빨리 이익을 내지 못하자 성화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버리는 수익을 낼 때까지 직원의 절반을 해고하고, 다른 투자상품을 팔아 치우면서까지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였다. 2007년경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붕괴하기 시작했고, 그의 도박은 결국 보상을 받았다.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을때 사이언 캐피탈의 총수익률은 726퍼센트로 거의 10억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페이지 : 58

 

 

마이클 버리의 이야기는 마이클 루이스가 그의 책 <빅숏>에서 흥미진진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동명 타이틀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분도 이 영화는 정말 볼만 하다.

 

흔히 이야기되는 명백한 위기는 “고령화”와 “저출산”을 들 수 있다.

 

	고령인구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사회보장제도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하면서도, 정확히 언제 그런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이유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페이지 : 71

 

 

삼성경제연구소의 <저출산 극복을 위한 긴급제언>(2010)은 저출산으로 인해 2100년에 한민족 인구가 절반으로 줄고, 2500년에는 인구가 33만명으로 줄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소멸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앞으로 일어날 것이 명백해 보이는 위험들에 대해 단지 먼 미래의 이야기라는 이유로 우리는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예측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먼저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은 그리 간단히 않고 예측이 적중한 사례도 있지만 빗나간 예측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주가를 예측하는 능력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실시했던 실험은 유명하다. 주가 예측 전문가들이 선정한 종목과 원숭이에게 다트를 던지게 해 나온 종목으로 투자해서 성적을 비교했더니 원숭이가 대체로 더 좋은 수익률을 냈다.
페이지 : 81

 

또한 저자는 인간이 일찌감치 위험을 파악하지 못하고 심지어 경고가 들려오는 순간에도 위기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가 잘못된 선택을 강화하는 편향 때문이라고 말한다. 집단사고 편향이라고 해서 배타적인 집단의 구성원들은 그들의 통상적인 예상을 벗어나는 위기 징후를 포착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홀로 옳은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는 차라리 다 함께 틀리는 쪽을 선호한다.

 

흔히 사람들이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현실 부정이다.

 

	직면한 문제가 너무 거대해 보이고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때 위기에 대응할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 때, 너무 많은 위기가 감지되어 어찌할지 모를 때 맹수에게 쫓기는 타조가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고 적을 피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는 오래도록 문제를 부정함으로써 마음의 짐을 덜어낸다.
페이지 : 111

 

현실부정은 위기를 회피하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코뿔소가 돌진해오고 있는데 이건 현실이 아니라 꿈일 거야 라고 생각해봤자 결과는 코뿔소의 무지막지한 코뿔에 들이박히는 것 뿐이다.

 

사람들이 잘못된 결정을 했을 때 벌어질 일이 두려워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하기도 한다.

 

	늑장대응을 하는 이유중 하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입는 피해보다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때 입는 피해가 더 치명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페이지 : 154

 

	지금 당장 자동차 오일을 교체할 것인가, 아니면 이를 무시하다 엔진을 통째로 교체할 것인가? 당장의 비용 때문에 명백한 위기에 대처하지 않고 미적거린다면 훨씬 더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페이지 : 155

 

 

오늘 날과 같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미래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다. 무엇보다 미래로 인지하는 기간을 대폭 줄인 것이다.

 

	언젠가부터 기업들은 장기적 전략을 수립하지 않게 됐어요. 지금은 2년도 장기로 칩니다. ‘마케팅 전략’이 제일 중요해졌어요. 시장은 단기적 전략을 좋아합니다. 기업은 모든 것을 단기적 관점에서 생각합니다. 2~3년 뒤를 생각하는 기업도 많지 않아요.
페이지 : 339

 

저자는 회색 코뿔소에 짓밟히지 않는 최선의 방법은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비교적 평온한 시기를 활용해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전개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적절한 전략들을 수립하라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100년 후를 상상하라고 말한다.

 

	장기전략이란 고려해야 하는 불확실성이 많은 만큼 우리가 계획한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100년 뒤에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면 자신의 영역 말고도 다른 영역까지 고려할 수 밖에 없고, 이는 한계를 넓히는 사고방식이다.
페이지 : 353

 

장기적인 사고 방식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개연성이 높고, 충격이 크고, 분명한 위협요소에 대응하는 법을 여섯단계로 설명한다. 1. 코뿔소를 인지하라. 2. 코뿔소의 성격을 규정하라. 3.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물지 말아라 4. 위기를 허비하지 말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라 5.바람과 같은 방향을 유지하라 6. 문제를 포착하는 사람, 문제를 책임지는 사람이 돼라

 

어떤 사람이든, 어떤 기업이든 위기는 겪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러한 위기를 어떻게 예측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후의 결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자신이 어떤 코뿔소에 직면하고 있으며, 그 코뿔소가 돌진해올 때 어떻게 대응할지는(땅에 머리를 박고 회피할지, 효과적으로 피할지) 전적으로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위기에 대응하도록 하는 경영서로도, 그리고 자기계발서로도 꽤 의미가 있는 읽어볼만한 책이다. 

위기대응, 코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