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미국 자동차 노조 지도자 월터 류터와 헨리포드 2세가 자동화된 자동차 공장을 둘러보며 나줬다고 전해지는 대화는 유명하다.   포드는 류터에게 조롱하듯 이렇게 물었다.   "위원장님, 저 로봇들로부터 노조회비를 어떻게 받으실 건가요?"   류터는 곧장 이렇게 맞받아쳤다.   "회장님, 저 로봇들에게 어떻게 차를 팔 생각이십니까?"
페이지 : 301

 

 

이 일화는 이 책<로봇의 부상>의 주제를 가장 핵심적으로 보여준다. 인공지능의 진화와 미래의 실직 위협에 대해 이 책은 여러 사례들을 보여주며 경고한다.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제까지의 기술혁신은 또 다른 새로운 직종을 만들어 내, 원래 갖고 있던 직업이 사라져버린 근로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자동차가 발명되면서 자동차산업과 관련된 전·후방 산업이 발전했듯이 말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에는 기술혁신을 통해 더 이상 노동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지금도 인터넷으로 인해 고용 인력은 놀랍도록 적은 상태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들이 있다.

 

	구글은 2012년에 3만 8,000명도 되지 않는 종업원으로 140억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이를 자동차 업계와 비교해보자. 1979년, 그러니까 자동차 업계의 고용이 최고에 달한 해에 GM은 거의 84만명에 이르는 종업원으로 11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을 뿐이다. 이는 2012년 구글이 긁어모은 금액보다 20퍼센트가 적은데, 이는 물론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수치이다.
페이지 : 128

 

저자는 단순, 반복적인 일을 하고 있는 저숙련 노동자 뿐만 아니라 대학교육을 받은 화이트칼라 근로자도 소프트웨어 자동화와 예측 알고리즘의 발전에 따라 일자리를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근로자들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이에 따라 급여를 받을 수 없게 되어 구매력을 상실하게 된다. 수요가 없는 공급은 재앙이 될 뿐이다.

 

	기계가 근로자를 완전히 대체한다면 아무도 직업이 없을 것이고, 어떤 형태의 근로로도 소득을 창출하지 못하여 소비자의 절대 다수가 구매력을 잃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경제가 어떻게 성장하겠는가? 자본을 소유한 극소수의 사람들이 모든 소비를 감당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상태에서 세계경제가 성장을 지속하려면 이들이 무지막지한 양의 상품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구매해야 한다. (억만장자라고 해서 스마트폰 1,000개, 자동차 1,000대를 사거나 외식을 1,000번 하지는 않을 것이다.)
페이지 : 406~407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이런 문제에 대한 해법은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간단하다.

 

실업과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교육과 실무 훈련을 시키고, 더 나아가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은 기본소득 보장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 자체에는 저자 자신도 인정하듯이 정치적인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말을 인용하여 반박한다.

 

	스스로를 부양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 모두를 위한 균일 최저소득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소득의 ‘정당한’ 분배라는 전혀 판이한 목표와 동일시되는 현상이 매우 안타깝다.
페이지 : 397

 

저자는 기본소득 보장제도가 효과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인센티브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제도의 목적은 범사회적인 안전망 건설 및 소득 보조이지만 근로 의욕을 꺾어서는 안될 것이고, 최대한 생산적이어야 할 것이다. 지급 규모는 최소한이어야 한다. 먹고살기에는 충분하지만 안락한 생활을 누리지는 못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최초에는 최저생계비 이하로 설정했다가 이에 대한 근로 대중의 반응을 보아가면서 점차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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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저자는 펠츠먼 효과를 들어 기본소득 보장제도가 국가를 게으름뱅이 천국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역동적이고 기업가 정신이 넘치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펠츠먼 효과라는 것은 1975년 시카고 대학교 경제학자인 샘 펠츠먼이 자동차의 안전을 개선할 목적으로 도입된 규제가 고속도로 인명사고를 의미 있을 정도로 줄여주지 못했음을 보여는 논문을 발표한데서 비롯한다. 안전성이 증가해도 운전자들이 더 위험하게 운전을 해서 이를 상쇄해버리는 것을 펠츠먼 효과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펠츠먼 효과로 비추어보면 기본소득 보장제도가 도입되어 안전망이 있는 사람은 경제적 리스크를 지는 데에 더 과감해진다. 사업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 경제가 보다 더 역동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본소득 보장제도가 정치적인 측면에서 가까운 장래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은 것을 인정하고 단기적인 해결책(공공 인프라에 대한 투자, 교육이나 직업훈련을 촉진하는 정책, 조세제도를 노동중심에서 자본중심으로 전환)도 제시한다.

 

이 책은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전하려는 주제는 명확하다. 인공지능, 로봇의 부상으로 인해 실업에 위기에 처한 우리 인간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이다. 저자는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오늘날까지의 인공지능, 로봇의 부상,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를 예측하는데 쓴다. 이도 결국은 추정에 불과한 것이겠지만, 가까운 시점에 도래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술 그 자체는 도덕적인 판단 능력이 없다. 기술을 효과적으로 잘 이용해 나간다면 보다 더 번영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음은 분명하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기술로 인한 실업과 환경 충격을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 사회 구성원들간의 충분한 합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남이 안돼야 내가 잘된다는 제로섬 게임으로만 생각해서는 우리 사회가 처할 미래는 암담하기만 하다. 기술이 가져오는 윤택한 환경을 충분히 즐기고, 사회 공동체가 함께 번영할 수 있는 방안을 지금부터라도 고민해봐야 한다.

 

로봇의부상, 4차산업혁명, 정보기술, 실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