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세계적 물리학자인 파인만의 일상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책이다.

 

노벨물리학상까지 수상한 세계적인 물리학자의 일상은 도대체 어떨까? 지하에 틀어박혀 실험이나 하거나, 공부를 죽어라 할 것 같지만, 이 사람 파인만은 정말 독특하다.

 

이 책 제목을 굳이 다른 제목으로 바꿔본다면 <파인만씨, 미치신건 아니시죠?>가 가장 적당할 것 같다.

 

 

 

파인만은 어떤 일 하나에 꽂히면 그 일을 어떤 식으로든 해내는 그런 미친(?) 사람이었다.

 

접은 종이 조각으로 개미 나룻배를 만들어 하루 종일 개미들을 실어 나르며 개미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원자폭탄을 개발하던 로스앨러모스에서는 모든 금고를 비밀번호도 알지 못한 채 열기도 해서 금고털이의 명성을 얻기도 한다.

 

	대령은 공장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런 메모를 보냈다.   ‘파인만씨가 방문했을 때, 사무실에 들어왔거나, 근처에 있었거나, 사무실을 지나간적이 있습니까?’ 어떤 사람들은 그렇다고 했고, 다른 사람들은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메모가 전달되었다. ‘금고 번호를 바꾸시오!’   이것이 대령의 해결책이었다. 내가 바로 위험요소였다.
페이지 : 1권 202

 

 

로스앨러모스에 오락거리가 없었기 때문에 단순히 다른 사람의 금고를 열어보이는 것을 오락거리로 삼았다는데, 다른 사람은 절대 오락거리로 삼지 않을 일을 금고털이에 관한 책까지 사가며 익히고 연구하고 했다니 확실히 특이하긴 하다.

 

파인만은 삼바 스쿨에서 <프리지데이라>라는 악기를 배워 삼바축제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브라질 악기인 봉고를 연주하며, 그림을 배워 백화점에 판매용으로 전시하기까지 한다.

 

그의 에피소드들을 보면 ‘아! 왜 이사람이 이렇게 한 분야에 일가를 이룰 수 있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그는 누구보다도 호기심이 많고, 열정이 있어서 한번 마음 먹은 일은 끝까지 해내는 그런 사람이었으며, 또한 여자를 만나기 위해 동네 술집을 기웃거릴만큼 삶을 즐길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

 

책의 내용중에는 물리학과 관련된 에피소드들도 있어 읽을 때 괴롭기는 했지만, 나와는 다르게 물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이공계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에게는 꽤나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파인만이 자신이 만든 핵폭탄으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그는 이에 대해 약간의 도덕적 가책이라던지, 성찰 이런 것이 없었다는 점이다.

 

	내가 말했다 ‘왜 울상이지?’   ‘우리가 만든 것은 흉악한 거야’   ‘하지만 당신이 시작했잖아. 당신이 우리를 끌어들여 놓고선’   우리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가.   우리는 충분한 이유가 있어서 시작했고, 열심히 한 덕분에 성공했고, 이것은 즐거운 일이고, 짜릿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생각하기를 멈췄다.   그냥 멈춘 것이다.   밥 윌슨은 그 순간까지도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다.
페이지 : 1권 187

 

 

소위 말하는 천재들은 자신과 세계를 분리하고, 자신만의 세상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열정적으로 노력하지만, 그것이 사회에 가져올 수 있는 도덕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성찰하고 고민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이기적인 성향이 있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파인만의 자유분방하고, 열정적인 삶은 과학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쨌든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을 제대로 해내려면 제대로 미치는 수 밖에 없다. ‘재는 저 일에 미쳤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한다면 작은 성과라도 이루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의 참맛은 무덤까지 안전하고 단정하게 당도하는 데 있지 않다. 완전히 기진맥진해서 잔뜩 흐트러진 몰골로 ‘꺅! 끝내줬어!라는 비명과 함께 먼지 구름 속으로 슬라이딩해 들어와야 제 맛이다. -헌터 S. 톰슨(Hunter S. Thomson)-

파인만, 물리학, 원자폭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