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역사소설이 주는 깊이 있는 역사적 배경, 그리고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의 고통이 가슴깊이 전해온다. 되풀이 되지 말아야할 전쟁의 오류, 생존을 위한 인간의 삶이 극으로 치닫게 되는 슬픈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이 더 가슴의 여운을 남게 하는 건 상위 1%의 리더가 잘못된 판단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게 되고 이 시대적 배경 앞에 선 개인은 무력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기억하게 하기 때문이다. 계획된 삶과 꿈을 가질 수 없는 시대적 배경. 우리가 꿈을 꾸면서 자기계발을 하고 이를 구현하기위해서는 평화로운 시대가 존재해야 가능함을 다시한번 일깨우게 한다.

[아버지의 길] 1권에 이어 2권을 급히 집어 들었다. 그만큼 극적인 위기와 발전의 속도가 불붙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책을 손에서 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자신과 아들을 두고 대의명분을 쫓아 홀로 독립운동에 나선 아내 월화. 그녀가 스파이의 함정에 빠져 스기타가 있는 부대로 잡혀온 것이다. 일본군과 러시아 군대 간 노몬한 전투에 참가하게 된 전날, 스기타는 부대원들의 정신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아래 고문당해 사경을 헤매는 월화를 공개처형대에 매달게 된다. 그러나 그녀를 알아본 길수는 야밤을 틈타 위험을 무릅쓰고 월화를 몰래 피신시킨다. 다음날이 전투에 참전하는 날이 아니었더라면 대대적인 수색과 연쇄적 고통이 이어질 수 있었지만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수색을 보류한 채 전쟁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전쟁의 희생양이 되었던 길수. 일본군에 의해 만주로 끌려왔고, 총알받이로 노몬한전투 전면에 내몰린 도중 영수와 함께 탈출을 감행했지만 이내 소련군의 포로가 되어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된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던 그는 그곳에서 러시아군으로 전향하여 또 다시 독소 전쟁에 참가할 수밖에 없는 기구한 운명에 놓이게 된다. 마음은 늘 고향을 향하고 있는데 몸은 어떻게 이 현실에서 빠져 나갈 수 없는 상황. 인생이 어쩌면 이렇게 막막한 어둠 속에 내몰리게 되는 것인지. 이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다는 것이 더욱 기막히게 한다.

한편, 월화는 일본군 부대에서 폭격으로 정신이 이상해진 명선을 데리고 탈출하여 산 속을 피해다니다 정대를 만나게 된다. 죽음 직전 경식의 유언으로 위안소에 명선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정대는 차를 훔쳐 부대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명선과 정대의 만남. 그것은 그리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슬프고 비극적인 사랑이 가슴을 짠하게 한다.

"(중략)희망이란 그런 것이다. 절망보다 힘이 세고 죽음도 이긴다. 너는 나에게 빛이고 희망이다. 그래서 고맙다 아들아. 보고 싶다 아들아. 사랑한다, 아들아. 반드시 살아서 돌아갈게. 나에게 허락된 행운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p.334

이 책 [아버지의 길]에 나온 월화, 길수, 정대, 스기타, 어린 영수의 삶 모두가 나라 잃은 슬픔과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