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치고는 아주 재미있는 제목이다. 재테크 전문 서적 같다. 누구라도 혹할 만한 제목이다. 일반 서민들에게 집 장만처럼 힘든 과제가 어디 있겠는가? 필생의 과제 중 하나이다. 이 고개를 넘으면 교육비라는 고개와 노후대책이라는 고개를 또 넘어야 하지만 어쨌든 이 고개라도 수월하게 넘으면 크게 한숨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말하는 내 집 마련의 여왕은 송수빈이라는 아이 하나 딸린 아줌마이다. 등단한 작가지만 자기 이름의 글보다는 남의 이름의 책을 많이 냈으며 아는 사람과 동업한 출판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아이 하나 데리고 태국에 가서 살고 있는 여자이다. 외국인 남편과 결혼했는데 그는 태국에서 실종돼 행방이 묘연하다.

  자신과 인연이 많았던 태국 바닷가 호텔에서 일하고 있던 그녀를 눈여겨보았던 여인이 추천하는 바람에 그녀는 다시 한국에 와서 돈 많은 괴짜 노인 정 사장의 일을 맡게 된다. 그가 맡긴 일은 바로 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그들에게 꼭 맞는 집을 구해 주라는 것. 그들이 가진 돈에 꼭 맞는 집, 그들이 바라는 조건에 꼭 맞는 집을 구해주라는 것이었다. 정 사장은 이는 모두 그동안 돈 많이 벌기 위해 쌓은 악덕을 죽기 전에 사죄하고픈 마음에서 하는 일이라고 했다.

  처음에 수빈은 재테크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어 이 일을 거절하려고 하지만 저당 잡힌 자신의 집을 구해준다는 말에 일을 맡게 된다. 그녀의 집은 바로 남편이 소울하우스라는 의미를 부여하면서 결혼과 동시에 힘들게 마련한 집. 그래서 이 일을 맡게 된 수빈은 부동산 공부를 하고 굉장히 많은 발품을 팔아서 정 사장이 부탁한 사람들에게 그에 꼭 맞는 집을 찾아준다. 실종된 그녀의 남편 얘기는 집을 구해 주는 과정 중간 중간에 드문드문 나오기 때문에 과연 그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몹시 궁금하게 만든다.

   이 책은 작가 김윤영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이 소설을 쓰기 위해 그녀는 삼 년 동안 서울 안팎의 백여 군데의 집을 기웃거렸다고 한다. 주위에서 듣기를, 부동산을 통해 재테크의 달인이 되려면 발품을 무지 팔아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작가 정도 발품을 팔았다면 분명 부동산의 달인이 되었을 것 같다. 책에도 부동산 관련해서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많다. 명심해야겠다.

  책에서 말하듯이 ‘소울하우스’가 있을까? 아마 이런 개념에서 과거에는 풍수지리설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에든 정 붙이고 살면 소울하우스가 되지 않을까? 작가가 하려고 한 말도 집을 투기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심신을 편히 쉴 수 있는 곳인 ‘소울하우스’라는 관점에서 보라는 말이었을 것 같다.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집은 하늘의 별 같은 존재이다. 별처럼 결코 딸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가서면 도망가고 또 다가서면 도망가고...,. 하지만 언젠가는 딸 수 있을 것이다. 송수빈 같은 여자가 곁에 있다면 더 쉽겠지만. 동네마다 수두룩하게 있는 부동산들이 그런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많이 미흡하다. 보다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 말따마다 유난히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집’을 부동산적인 관념에서 다룬 작가는 김윤영이 처음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집만의 문제를 다룬 것이 아니라 어떤 사회에서든 서로가 소통하고 공감하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정 사장이 유언으로 방글라데시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유누스처럼 서민을 위한 소액전세 자금 대출 은행을 설립하라고 말하게 된 것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생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집에다 너무 많은 가치를 두지 말고 ‘소울하우스’라는 데만 주력한다면 집으로 인한 문제는 많이 완화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이면서 씩씩하고 자부심 강한 아줌마가 등장하는 이야기라서 같은 아줌마로서 읽으면서 힘이 났다. 그리고 모든 문제들이 잘 해결돼서 좋다. 현실은 그렇지 못할지라도 이야기의 끝은 희망적인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