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의 사랑과 조부모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동화다. 요즘은 핵가족 시대라서 조부모와 함께 사는 가정이 드물다. 그렇다 보니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부모의 이혼이나 별거 등으로 조손 가정을 이루고 있는 경우도 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런 동화를 통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도 모색해 보면 좋을 듯하다.

 초등 4학년생인 주하는 어릴 때부터 엄마가 아파서 외롭게 지냈다. 그래서 말도 별로 없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지 못한다. 그런데 엄마가 속초 요양원으로 떠나게 되어서, 강원도 인제에 있는 외갓집으로 가게 된다. 처음엔 무뚝뚝한 할아버지와 잔소리꾼 할머니, 텔레비전도 잘 안 나오고 컴퓨터도 없는 시골에서 어떻게 사나 싶었는데 할아버지와 할아버지댁에 우연하게 오게 된 개 멍구 덕분에 시골 생활에도 잘 적응하게 된다.

  하지만 주하가 잘 지내는 것과는 반대로 요양원에 있던 주하 엄마는 하늘나라로 가게 되고 한 줌 재가 되어 바다에 뿌려진다. 주하 엄마와 주하의 공통점은 왼손잡이라는 점. 주하 엄마는 세상에서 할아버지를 남편보다 더 좋아할 정도로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았는데, 주하를 낳고 나서부터 아프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딸을 생각하면 외손녀가 미울 법도 한데, 할아버지는 제 엄마처럼 왼손잡이인 주하를 많이 사랑해 주신다. 주하 엄마가 어렸을 때 해주었던 대로 주하에게도 나무 갈매기 인형도 만들어 주고, 고물 오토바이를 주워다가 고쳐 뒤에 트레일러를 달아 주하를 태우고 대관령을 넘어 주하 엄마가 뿌려진 바다를 보러 속초에 가려고도 한다. 할아버지 또한 딸을 잃은 애끓는 심정이지만 손녀에게는 결코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엄마 없는 슬픔을 이겨내도록 힘을 주려고 애쓴다. 손녀가 엄마 없는 빈자리를 느끼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준다.

 할아버지의 사랑이 듬뿍 느껴진다. 나도 그런 조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했고, 내 아이들도 그래서 많이 아쉽다. 주하처럼 같이 살아봐야 정을 쌓을 시간이 있을 텐데 아이들이 바쁘다 보니 그렇게가 안 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람이 주하라면 할아버지는 그 바람을 잠재워준 숲이라 할 수 있듯이,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손주에 대한 조부모의 사랑은 각별하다는 것이다. 노인들게 물어봐라. 자식보다 분명 손주가 더 이쁘다고 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