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갑작스런 부재로 집도 없이 자동차 안에서 먹고 자야 하는 극한 상황에서도 학교에도 다니고 나름대로 숙제도 해가며 열심히 사는 조지나와 토비의 눈물겨운 내 집 장만기다. 조지나와 토비에게는 아빠의 부재보다도 집의 부재가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한 살 소녀인 조지나는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 내게 된다.

 벽에 붙은 실종된 강아지를 찾는 전단을 보고 나서다. 강아지를 찾아준다면 500달러를 주겠다는 사례금을 보고서, 조지나는 강아지를 찾아주고 돈을 받는 방법을 내 집 아니 편안한 잠자리 마련을 위한 발판으로 삼게 된다.

  조지나는 매 순간마다 개를 훔치는 방법에 대한 글을 노트에 적어 놓는다. 동생 토비를 공범자로 포섭해서 함께 활동한다. 그리고 그녀의 바람대로 원하는 개를 손에 넣게 된다.

  그렇게 조지나가 1단계, 2단계, 3단계라고 단계별로 개를 훔치는 방법에 대한 전개 상황과 행동 강령을 적어 나갈 때마다, 나도 몰래 아이가 원하는 대로 되어가기를 기대했었다. 그만큼 조지나가 처해 있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에 대해 원망이 가득해야 마땅한데도 세상에 대해 적의 한 점 품지 않은 무키 아저씨가 나타났을 때, 그로 인해서 조지나의 계획이 틀어지면 어쩌나 걱정부터 되었다. 그런데 조지나는 나의 기대를 보기 좋게 한방 먹이는 결정을 내렸다.

  가슴 졸이며 계획대로 실천해 온 작업을 원점으로 돌려놓는다. 쉽게 말해 훔쳐온 강아지를 주인에게 그냥 돌려주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난 ‘타락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훔치는 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조지나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기보다는 마음속으로 응원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 어떻게 해서든 그 지긋지긋한 상황에서 벗어나서 행복해지렴.’하는 마음이었다. 몸의 불편보다 마음의 불편이 더 심한 고통이라는 것을 잊고서 말이다.

  우리는 흔히 말한다. 상황이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고. 내 마음 속에도 바로 그런 환경을 탓하는 나쁜 마음이 들어 있던 모양이다. 그래서 조지나가 자신의 잘못을 빌었지만 마음속에 남아있는 양심의 가책만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말에 더 크게 내 잘못을 뉘우치게 되었다.

  아무튼 조지나가 자동차 뒷좌석이 아니라 자신만의 포근한 잠자리를 가질 수 있게 돼서 기뻤다. 아마 조지나가 자신의 잘못을 늦게나마 깨닫고 바른 길로 갈 수 있어서 그런 행운이 온 것 같다.

  우리 아이들도 이 책을 읽고선 어떤 상황에서든 나쁜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과 아무리 극한 상황에서라도 가족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반드시 행복을 보상받을 수 있음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살면서 뒤에 남겨놓은 자취가 앞에 놓인 길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라는 무키 아저씨의 말을 교훈삼아 자주 자주 내가 남긴 발자취를 돌아보면서 살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