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이런 종류의 공부 체험서는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다. 이미 학창시절이 지난지도 오래 되었고, 학창시절이 오래 전에 지나간 사람들은 이런 절실한 마음에 모두 동감하기 때문에 굳이 책을 읽어서 그런 마음을 상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많은 일들이 그렇지만 그 시간이 지나가봐야, 즉 후회를 해봐야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공부도 그렇다. 막상 공부를 해야 할 때에는 그것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꼭 때를 놓친 뒤에야 깊은 후회를 하게 된다.

  이런 책들이 한창 공부하는 학생들을 겨냥해서 만들어진 만큼 나도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딸을 위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아직은 아이에게 수능이 요원한 얘기라서 직접 읽으라면 안 읽을 것 같기도 하고, 정말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는 또래의 아이들은 또 이런 책을 웬만해서는 좋아하지도 않는다. 엄마의 잔소리로도 부족해서 책까지 들이대냐고 할 것이다. 하여 내가 읽어서 조언을 할까 해서 읽게 되었다.

  아시다시피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 부담을 안고 살고 있다. 그래도 우리 때에는 고3만이 입시병을 앓았지만, 요즘은 특목중, 특목고 입학이다 해서 입시 부담이 사실상 초등생에게까지 전가된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이 공부가 재미있겠는가?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세상이니 그 안에 살고 있는 이상 거기에 맞춰 살아야지.

  아이들이 이 책의 제목을 보면 ‘도대체 이 형(오빠)은 어떻게 된 것 아니야!’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난 하루라도 공부를 안 할 수만 있다면 좋겠는데...’라고 하면서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철범 군 이전에도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대단한 학구열을 보여주었던 분들이 더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 중 내게 철범 군이 돋보였던 것은, 물론 내가 다른 책을 읽어보지도 않은 탓도 있겠지만, 부모의 이혼, 경제적인 어려움, 빚 독촉, 잦은 전학 등 많은 고난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에 입학했다는 점도 훌륭했지만, 많은 이들이 꿈꾸고 있고 본인도 열망했던 서울대에 들어갔지만 그게 자신에게 맞지 않은 꿈을 깨닫고 다시 도전을 했다는 점이다. 그 지겨운 공부를, 그것도 쉽지 않게 도달한 자리에 말이다.

  이 책에도 인생 전체를 놓고 볼 때 20대에서 1년은 아주 소중한 시간이라는 말이 있다. 그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그것이 자기에게 맞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자신이 가진 최고의 것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 도전한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래서 내게 이 책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이렇게 수많은 어려움을 참고 열심히 공부한 나도 있으니 좋은 환경에 있는 여러분들은 더 열심히 공부하세요’라고 당부하는 책이라기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희생이 따르더라도 평생 자신이 좋아할 수 있고 의미 있다고 여기는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바탕이 되는 공부를 하세요’라고 조언하는 것으로 읽혀졌다. 나보다 훨씬 어린 학생이지만 인생에 대한 진지함이 엿보여 많이 배웠다. 그런 만큼 내 아이들에게 해줄 말도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