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가면 불화가 있다. 신자건 신자가 아닌 건 간에 부처님의 미소가 마음을 편하게 해 줄 때도 있고 끔찍한 고통의 순간을 표현한 그림도 있다. 그리고 부처님의 일생을 잘 보여주는 그림도 있다. 불교 그림들은 화려한 색상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는데 그 그림이 하는 이야기들에 대해 자세히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또한 불화들은 대부분 법당 안에 그려진 경우가 많아서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이 가까이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대웅전 둘레를 치장한 불화들도 제법 있지만 그 의미하는 바를 알지 못하니 대충 보고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이런 불화가 언제부터 어떻게 그려졌는지 그 기원부터 자세히 설명해 준다. 또 무덤 속 불화를 시작으로 마하살타 본생도, 아미타 내영도, 수월관음도, 마륵하생경 변상도, 사경 변상도, 관세음보살 32응탱, 치성광여래 왕림도, 감로도, 패불, 나한도, 시왕도라는 불화를 통해 그 의미하는 바들을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그림 이름만으로도 너무나 생소한 불화들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그림 속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어 좋았다.

  우리나라에서 불화가 가장 발달했던 시기는, 많은 사람들이 예상할 수 있듯이, 숭불 정책을 펼쳤던 고려시대다. 거란과 몽고 등 외세의 침입이 잦아 불교의 힘으로 이를 막아보고자 각종 불교 의식이 행해졌고 이 때 사용하는 그림으로 불화가 많이 제작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남아 있는 고려 시대의 불화는 160점 정도이고 이 중 대부분은 일본이나 유럽, 미국 등 외국에 있다고 한다.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얘기들과 함께 이 책에는 불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불화는 감상을 목적으로 하는 이반 회화와 달리 종교적인 목적에 의해 제작되었고 따라서 이것의 주제가 무엇이고 어떤 내용을 그렸는지뿐 아니라 언제 그렸고 어디에 봉안됐으며 누가 그리고 시주했는가를 알아야 한다며 불화 제대로 이해하는 법을 설명해 놓았다. 이 책도 이것에 맞춰 앞서 이름을 나열한 불화들을 설명해 놓았다. 아울러 불화를 볼 때는 경건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함을 지적한다.

  요즘에는 우리 문화의 뿌리에 대한 알고자 하는 움직임이 많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 문화는 불교와 유교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이 두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없이는 우리 문화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가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동안은 성경을 바탕으로 한 유럽의 기독교 문화에 대해서는 열광하고 많이 알고자 했으면서도 우리 전통 문화의 바탕인 불교문화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 했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 알려고 크게 애쓰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불교 회화를 접할 수 있었고 그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통해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으며, 고려와 조선 시대별 종교 정책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