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키워 본 부모라면 아기가 밤에 잠을 안 자려고 해서 힘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는 잠이 쏟아지는데 아이는 안 자려고 하면 화도 나고 짜증도 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잘 때 자고 먹을 때 먹어야 자신도 편하고 주위 사람도 편하게 되는 법이다.

  만약 내 주위에 힐드리드 할머니 같은 사람이 있다면? 사실 웃음부터 나올 것이다. 밤을 쫓아내려고 생각하다니, 말이나 될 법한가? 그래도 그 노력만큼 대단하다.

   힐드리드 할머니는 밤을 너무나 싫어하는 것은 물론이고 밤과 관련된 모든 것을 싫어한다. 결국 잠 자는 것도 잊고 밤을 쫓아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구사한다. 밤을 빗자루로 쓸어내려고도 하고 삼베 자루에 쑤셔 넣기도 하고 가마솥에 물을 끓여 김으로 날려 보내려고도 하고 덩굴로 친친 감으려고도 한다. 가위로 잘라내려고도 했고 사냥개에게 먹으라고 던져 주기도 하고 침대 속에 쑤셔 넣기도 한다. 그래도 밤을 사라지지 않자, 할머니는 아기 다루듯이 밤을 살살 달래본다. 자장가도 불러주고 우유도 한 사발 주고 애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밤은 여전히 남아 있다. 화가 난 할머니는 이제 밤에게 주먹질을 하고 파 묻으려고 무덤도 팠지만 안 됐고, 결국에 퉤하고 침을 뱉기도 한다. 그러나 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렇게 애쓰는 사이 아침이 되어 밤은 사라지고 해가 떠오른다. 그렇지만 밤새 밤하고 싸우느라 너무 피곤한 할머니는 아침이 되자 잠자리에 든다. 결국 아침 해를 볼 수 없게 된다. 힐드리드 할머니는 밤이 지나면 아침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다. 어리석은 할머니.

   이 이야기는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이 얼마나 어리석고 한심한 것인지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엉뚱한 할머니의 행동을 통해 아이들에게 밤에 일찍 잠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유쾌하게 가르쳐준다. 할머니의 모습은 밤에 잠을 자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그림도 참 좋다. 아놀드 로벨은 밤의 이미지를 흑백의 펜화로 그림으로써 밤의 이미지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흑백이지만 할머니의 표정은 섬세하게 그려서 웃음이 나오게 한다. 해가 나오는 장면만 노란색을 칠해 놓아서, 햇살의 눈부심과 환함을 더해 준다. 아놀로 로벨은 <우화들>, <개구리와 두꺼비 친구>로 칼데콧 상을 받았고 이 작품으로 칼데콧 아너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