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는 순간 강한 끌림이 느껴졌다. 키스키스뱅뱅. 키스는 알겠는데 뱅뱅... 왠 총소리? 제목에서도 얼핏 짐작이 갔지만, 조진국씨가 쓴 소설이라고 하니 더욱 확실해졌다. 슬픈 사랑이야기겠구나... 드라마 ‘소울메이트’, 전작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를 접했을 때 느꼈지만 그의 이야기엔 어딘가 모르게 그림자가 있다. 이번 작품인 <키스키스뱅뱅>도 역시 그랬다. 이 작품은 그가 쓴 첫 번째 소설이라고 하는데 책을 읽고 나면 왠지 한편의 드라마를 본 기분이 난다.

 나현창, 민서정, 정기안, 조희경 네 남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형식은 <그남자그여자>와 같이 각자의 독백으로 이어진다. 같은 상황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함이다. 넷은 모두 자신의 사랑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

 나현창은 삼류모델이다. 어느 날 조희경으로 부터 자신의 친구인 민서정을 차지해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서정은 정기안이라는 남자친구가 있고 그를 사랑하고 있다. 현창이 서정에게 접근을 해오자 스타일리스트인 자신을 이용하기 위해 들러붙는 그를 경멸한다. 하지만 이상하게 자꾸 다가오는 그 아이가 맘에 걸린다... (둘의 비슷한 과거 때문일까?) 희경이 현창에게 그런 부탁을 하게 된 건 기안 때문이다. 기안을 사랑하지만 그는 이미 친한 친구의 남자친구다. 하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서라도 그를 차지하고 싶다. 기안은 아무 남자하고나 잠자리를 하는 서정에게 지쳐버렸다. 물론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너무도 사랑하지만 점점 현창에게 빠져드는 서정을 보면서 안타깝다. 그런 중에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이유가 희경 때문인 것을 알게 되고 희경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지만 그녀를 받아들일 수 없다.

 
“짙은 남색 차양 아래에 앉아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누군가 와서 말없이 메뉴판을 테이블에 놓았다. 메뉴판 위에 메모가 붙어 있었다. 메뉴판과 같은 계열인 연보라색 포스트잇이었다. ‘Kiss Kiss Bang Bang - Pizzicato Five'라고 얇은 펜으로 적혀 있었다.
키스 키스 뱅 뱅? 키스하고 싶다고 내게 장난을 거는 것인가?...... 그건 노래 제목이었다. 감상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말 대신 글로 쓴 세심한 배려심이 눈에 들어왔다.”

<민서정의 이야기>

 “그날의 서정에겐 어떤 비현실적인 분위기가 풍겼다. 까만 우산 밑에 떠 있던 창백한 얼굴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카페의 엔딩 음악으로 흘러 나오던 [키스 키스 뱅 뱅]에 귀 기울이고 있던 그녀는, 곧 사라질 밤안개의 그림자처럼 불안해 보였다. 나게겐 그 순간, 그녀여야 했다. 그 순간을 놓치면 그녀는 연기가 되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타버린 흔적만 우두커니 남아 내 속에 검은 집을 지을 것만 같았다.”

<정기안의 이야기>

 
솔직히 스토리는 그다지 흥미를 끄는 부분이 아니다. 눈길이 가는 것은 역시나 그의 섬세한 감정 표현들이다. 네 남녀의 감정이 정말 세세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감정이입이 저절로 된다. 상처 받아 쓰라린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고, 눈물이 날만큼 아프다. 

키스키스뱅뱅, 조진국,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