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 [공허한 십자가]를 리뷰단으로 전자책을 먼저 읽는 기회를 가졌다. 신청한 이유는 제목이 주는 강렬함이었다. 왜 제목을 [공허한 십자가]라고 했을까?

 

소설은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주인공 나카하라의 일상에서 시작한다(에필로그 부분은 생략). 어느 날 전 처였던 사요코의 사망소식을 접하게 된 나카하라. 사실 나카하라는 아내 사요코와 딸 마나미와 오손도손 살면서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가장이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운명은 딸 마나미가 강도에게 살해당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는데 ......

 

우리가 자주 접하는 말 중에 '죗값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있다. 그런데 과연 그 '죗값'이라는 것이 뭘까? 어떻게 계량할 시킬 수 있을까? 얼마나 고통을 줘야 공평할까?

 

작가는 독자들에게 묻는다. '모든 살인자에게 사형을 선고해야 하는가?'라고 말이다. 그에 대한 답은 주지 않는다. 다만, 생명은 소중하다는 명제. 그것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독자들에게 판단을 맡긴다.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라도 예수 그리스도가 죽었다가 부활한 골고다 언덕을 알 것이다. 성경에서 예수는 그 언덕을 그냥 올라간 것이 아니고 무거운 원죄의 십자가를 지고 올라갔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십자가는 예수가 졌던 십자가다. 다만 살인자가 지고 올라가는 십자가는 예수가 지고 올라갔던 십자가와 다르다. 아무런 원죄의 책임도 없는 그냥 텅 빈 십자가다.

 

작가는 죽은 사요코를 통해 교도소에서 복역하는 죄수들이 정말 진심으로 사죄하고 반성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다. 그게 맞는다면 높아지는 재범률에 대해서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거다.

 

사실 미스터리의 가장 큰 강점인 반전이 빠진 것이 흠이라면 흠.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라 읽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소설이다.

 

사형제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봤다. 나는 사형제도에 대해 반대한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국가권력을 통한 복수라도 되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오히려 근현대사를 보면 권력자가 정적을 제거하는 데 활용한 아픈 역사가 뒷받침한다.

 

이북(e-Book)이라 앞에 읽었던 부분을 다시 보기가 참 힘들었다는 것 빼면 종이책을 읽은 것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대신 어색한 부분이 몇 군데 있었지만, 책 읽는데 큰 지장은 없었으니 큰 무리는 없었다고 생각된다.

 

이 소설에서 흥미 있게 본 부분이라면 처음 시작하는 주인공의 직업이다. 반려동물 장례식장 대표. 10여 년 전에 상조회사에 있던 친구가 나에게 이런 직종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법적인 근거가 없어 난감했었는데, 이 소설을 계기로 다시 검색해 보니 우리나라에도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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