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는 지식인이란 모름지기 회의와 재기억, 그리고 ’비평의식’을 기본적 덕목으로 지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식인의 표상]에서, 지식인은 권력의 유혹에 사로잡혀서는 결코 안되며 현실 참여는 적극적으로 하되 언제나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 지식인은 정치적으로 어떤 진영에도 귀속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지식인이란 시대의 관행과 기득권의 정설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세상을 변화시킬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 39p

 사이드는 전 세계 시민들을 향해 흡인력 있고 용기 있는 논쟁적 글쓰기로 자신의 삶을 표현하였다. -40p

 사이드의 아버지는 예루살렘 출신의 전형적인 중산층이었고 어머니 또한 나사렛에서 성장한 예술과 문화에 많은 관심을 보인 중산층 현대 여성이었다. 사이드는 중산층 출신이었다. 그는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나 영국학교에서 수업을 받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1947년에 유엔이 팔렌스타인 지역을 아랍 국가와 유태 국가로 분할한다는 결정을 하자 이스라엘 유태 시온주의 민족주의자들이 유엔에서 분할해준 영토보다 세 배이상을 차지하려고 팔레스타인 양민들을 무참히 사살하고 영토를 장악했다. 사이드는 유태인 자체를 증오했던 것이 아니라 시온주의 민족주의자들을 증오했다.

 하지만 사이드는 불안한 고국에서 중산층의 삶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에 조국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피난민처럼 궁핍하진 않았다. 물론 조국에 처해진 박해 때문에 사이드는 깊은 상처를 받았고 영국 학교에서 수업을 받으면서 영국인들에게도 많은 차별과 멸시를 받았다. 결국 그는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프린스턴 대학을 거쳐 하버드 대학원에서 영문학 공부를 통해 자신이 경험한 망명과 고독, 차별과 억압을 문학비평으로 승화시키는 훈련을 하게 된다.

 하버드에서 자신과 유사한 운명에 처한 영국 소설가 조셉 콘래드의 자서전적 허구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 과정을 마친 사이드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컬럼비아 대학의 교수로 채용되어 영문학과 비교문학을 가르쳤다.

 영국에 대한 콘래드의 입장은 자신의 조국(폴란드)에게 버림받고 오스트리아의 시민권 취득에도 실패했지만 영국에서 자신을 받아주었기 때문에 그 나라에 대한 호감이 남달랐다.

 "내가 한평생. 두 평생이라고 해야 더 정확하겠지만 영국의, 아니 대영 제국의 응석받이 양자였다는 사실을 마침내 여기서, 다른 지면보다 못할 것이 없는 여기에서 고백하겠습니다... 나는 모든 인류에게 자연스러울 정도의 허영과 겸손의 본능을 따를 뿐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자신의 공적이 아니라 경이적인 행운과 같은 요행이라는 점을, 속을 헤아릴 길 없는 신들의 제단에 감사와 희생을 바쳐야만 할 그런 행운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콘래드 작가노트 중)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에선 식민주의 자체에 대한 비난 보다는 인간 내면의 악에 대한 무능함의 본능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콘래드는 제국주의는 역사의 피할 수 없는 과정의 일부분이었다는 것을 일부분 받아들였고 그 속에서 행해진 식민주의 또한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이드가 비록 콘래드와 비슷한 유년 경험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역사를 대하는 태도는 다른 것 같다. 콘래드는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요소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에 비해 사이드는 구속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사이드는 그런 과정을 거쳐 자신이 그간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울분을 논쟁적 글쓰기로 토해냈다. 사이드는 1967년까지 문학 연구에만 몰두했다. 그는 미국 학자이면서도 아랍인이라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사람을 글 속에 나란히 녹여 놓기 시작했다. 전쟁과 급변하는 중동 상황으로 인해 그의 비평의식이 문학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려고 했으며, 지식인에 책무에 대한 그의 사유와 깊게 맞물리면서 두 개의 서로 다른 삶을 글 속에 나란히 녹여 놓기 시작했다.

 사이드의 비평적 글쓰기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그만의 독자적인 생각을 일관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분열적이고 모순적인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했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입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여성의 문제를 외면해왔고 인문학자와 팔레스타인 논쟁가 사이의 잠재적 모순이 존재했다.

 또 젠더나 계급에 대한 논의 또한 중요한 범주가 되지 못한다. 결국 사이드는 자신이 겪었던 과정을 통해 인식한 범주의 논점들에 초점을 맞출진 몰라도 그 외의 벗어난 논점들에 무관심했다.

 사이드는 늘 학계의 ’전문적인 비평’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비평 역시 세계를 다루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사이드는 [세계, 텍스트, 그리고 비평가]에서 세속성과 세속 비평이라는 핵심 개념으로 정리했다.

  
 ’그는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담론이 마치 항상 모든 곳에서 동일하게 작동하는 것처럼 말하는 경향이 있다.’ 고 케네디는 분석했다. 케네디는 이 책에서 사이드의 글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낱낱히 해석하고 있으며 모순과 한계, 외면당한 주제들에 대한 허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를 통해 사이드를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엘리어트는 "그 어떤 시인이나, 예술가들도 역사와 사회를 떠나 혼자서 의미를 생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이드와 엘리어트의 글에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성이 발견된다. 역사를 효과적으로 중성화시키는 태도를 가지고 역사를 불러내고 있다는 점,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구속을 모두 허용하지 않는 다는 점이 그것이다.   

 오리엔탈리즘, 제국주의와 중동 문제, 문화와 제국주의, 사이드와 탈식민 연구. 크게는 네 파트로 나뉘어져 장마다 많은 논의점과 사이드의 글들을 연구한 내용들이 서술되어 있다.

 ’사이드의 비평 세계는 때로는 아이러니와 좌절을 불러일으키면서 이론적인 일관성이 결여된 모습을 띤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사이드는 그가 평생토록 신뢰해온 인간의 권리와 가치에 대해서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며, 그것들을 부정하려는 모든 권력들과 죽는 날까지 맞서 싸울 수 있었던 것이다.’고 케네디는 평했다.

 다소 난해한 문장들이 적지 않았지만 번역상 한계도 있었을 것이다. [오리엔탈리즘과 에드워드 사이드]를 연구한 케네디는 치밀하고 세분화된 방식으로 사이드를 드러냈다. 한계는 보였을지라도 사이드는 권력과 정치세력에 용기 있고 당당하게 맞섰다. 그는 테러리즘을 강력히 반대했고 백혈병 진단을 받고도 강연과 글쓰기를 손에서 놓치 않은 진정한 문화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