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근대 문학의 대표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은 다섯번이나 자살을 시도하고 끝내 그 목표를 이룬 작가의 내면 세계를 온전히 표현하고 있는 듯 하다.

 일본 패전 즈음 써진 책이니 구성이 단조롭긴 하지만 그 내용은 현대 사회에서도 잘 들어맞는 것 같다.  인간 불신을 토대로 1인칭 시점으로 써내려가고 있는데 시니컬하면서도 유머러스해서 술술 읽히기도 했다.

 

 어쨌든 책을 읽어보면 인간 실격의 주인공처럼 작가 또한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 심약하고 충동적이면서 곧잘 폐를 끼치기도 하지만 미워할 수는 없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다. 괴인이었음이 틀림 없지만 그의 작품은 현대에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모양이니까.

 아무튼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묘한 끌림이 있는 책이었다.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여기에 온 초여름쯤에는 쇠창살이 끼워진 창에서 병원 마당의 작은 연못에 빨간 수련 꽃이 피어있는 것이 보였습니다만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나 마당에 코스모스가 피기 시작하자, 뜻밖에도 고향에서 큰형이 넙치와 함께 저를 데리러 와서는 아버지가 지난달 말에 위궤양으로 돌아가셨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네 과거는 묻지 않겠다. 생활 걱정도 시키지 않겠다. 넌 아무것도 안 해도 돼. 그 대신, 여러 가지 미련이 있겠지만 곧바로 도쿄를 떠나서 시골에서 요양 생활을 해줘. 네가 도쿄에서 저지른 일의 뒤치다꺼리는 시부타가 대강 해줄 테니까 그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큰형이 진지하게, 긴장한 듯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고향의 산하가 눈앞에 보이는 듯해서 저는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