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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공주 - 한소진]

도서관에 지척에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 비록 그 행운을 지금껏 눈앞에 두고도 보지 못했다지만.

꼭 읽고 싶지만 돈 주고 사기는 부담스러운 책이 있어서 e-book으로 살까 하다가 혹시나 싶어 마포평생학습관에 검색해봤더니 다행히 있었다. 3주째 이름모를 누군가가 대출중이긴 하지만..

예약을 걸어놓고 기다리던 차에 때마침 설 연휴 하루를 쉬는지라 책 한권을 빌려가지고 나왔다. 전보다는 그래도 많은 욕심을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책에 대한 욕심은 여전해서 역시 설레는 마음은 새책을 펼 때만 못했다.

정의공주는 대왕 세종의 둘째 딸로, 야사에서는 훈민정음 창제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나와있다. 그러한 짧은 역사를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조선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지만 여인으로서 억압받았던 공주의 일생을 풀어내고 있다.

명민하고 공부를 좋아하지만 부모가 정해주신 남자와 결혼하여 초기에는 불행한 결혼 생활을 보냈고, 남편에 대한 기대를 모두 포기하고 세종이 명한 우리 글을 만드는 일에 전념하여 지대한 공을 세웠지만 여자가 만든 글을 암글이라 비하하는 조정 사대주의 대신들로 인해 그 이름 석자를 새기지 못한 비운의 공주.

정의 공주도 그렇고, 황진이, 허난설헌 등 천하의 재주많은 여인이 조선에 태어나 차마 그 꽃도 다 피우지 못하고 저버렸다는 사실이 가슴아프다.

[하늘과 땅. 우리 글자가 있다면 그 말이 얼마나 아름답게 씌어질까. '하늘'자는 그야말로 저 흘러가는 구름처럼 평온하리라. '땅'자는 저 광활한 대지의 마음으로 다가오리라.

...

"소연아, 언젠가는 하늘과 땅이란 글자를 쓰게 될 날이 올 것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지? 비록 여자가 공부하는 일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세상이지만 언젠가는 여자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야."

정의는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어미의 얘기를 열심히 듣는 소연을 꼭 껴안아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