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예술과 문화의 저변화를 꾀하는 시대의 조류인 가운데,  
역설적이게도 정작 예술을 예술로 바라보는 안목이나 시각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미술품은 재테크의 수단으로, 그 가치는 사고 파는 가운데 결정되는 화폐의 수준으로 가늠되고
교양을 몸소 드려내려는 표현의 상징으로 음악회나 서적들은 사람들 앞에 ’놓여져만’ 있다.
책에서 언급되듯이 백화점은 우리 시대 ’키치’ 의 상징으로 상품의 내실과 상품 자체보다는
창문을 없애고, 시계를 감춘 채 눈에 보이는 화려함이 화려함을 부르고
’백화점’ 자체가 엘레강스한 모던 라이프를 대표하듯이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고 있으며,
TV 광고 역시 상품 본래의 본질에 벗어난 이미지나 상징성을 통해 구매를 자극하고
소비자 역시 이미지의 세련됨이나 사회적 수준에 부합하는, 동격화가 잘 된 기준으로
그것을 구매하고 소비하고 있다.

’키치’ 는 19세기에 생겨난 용어이지만,
이미 예술과 비예술의 사이에서 예술을 흉내내는 ’경박함’ 으로 예술 초기부터 시작된 개념이다.
그것이 예술의 발전과 더불어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포스트 모더니즘을 지난 현 시대에
예술에 도전하는 천박함과 저질스러움으로 예술의 진면목을 갈구하는 시각의 범위에
자꾸만 거슬리고 나타나게 된다.

저자는 예술과 미술에 관해서라면 일가견이 있는,
우리 시대 진정한 지식인 중에 한 사람이다.
그의 여러 저서들 중에 ’열정적 고전 읽기 시리즈’ 는
일반 대중들이 예술을 쉽게 접하고, 그 기초부터 차근차근 곱씹어보도록
되도록 평이하게 그리고 풀어서 알려주는 고마운 책이다.

하지만, 영어로 된 원문과 잘 풀어쓴 해설까지도 그것을 여러 번 접하지 못했거나
관심을 가지지 못하면 ’교과서’ 적인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데
이번 책도 역시 쉽게 풀어쓰긴 했지만 
워낙 우리가 일상에서 쉽고 평이한 언어들로 자주 접해보지 못했던 탓에
몇 번을 읽어야 이해가 될 듯하다.

예술 이라는 하나의 영역에 일생을 묵직하게 투자해 준 탓에
내공이 깊은 그의 ’예술’ 에 대한 기반과 시각을 공유할 수 있음이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