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우리가 가늠하고 있는 수준 이상으로 심각하다.
미국의 경우 (워낙 ’정신과 상담’ 자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없고 대중화 되어 있기는 하지만)
정신과 상담을 받는 성인의 비율이 전체의 1/3 이 넘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어떠한 형식으로든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직면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수치화된 근거가 약해서 단순 비교에 무리가 있겠지만,
과거에 비해 지금의 라이프 사이클은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아무래도 더 노출되도록 하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대중의 일반적인 가치가 되어 버린 ’돈’으로 상징되는 ’자본의 축적’ 에 대한 맹목적인 신봉을 포함해,
여러 가치들을 쫓고 그것에 목 매달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은 이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어릴 적부터 익숙해지기를 강요 당해 왔고, 그러나 결코 익숙해 지지 못했던 ’경쟁’의 사회 구도에 깊이 파묻혀
성인이 된 후 새삼 그것의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절감하면서도
또다시 우리 2세들을 위한 양육 경쟁을 기존 경쟁에 더하고, 우리 스스로의 가치들을 지켜내기 위해 안절부절하고 있다.
마땅한 가치들에 대한 달성율을 측정할 도구나 목표 수치도 희박한 채로 말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는 우리에게 근원적인 그러나 깊이 뉘우쳐 보지 못했던 주제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그 해답’ 을 우스꽝스러운 의사 '이라부' 를 통해 깨우치고 풀어주고 있다.
자못 심각하게만 받아 들여질 수 있는 이 계통의 이야기를 소설에서는 가볍게 풀어나간다.

소설에서 이라부와 상담을 요청하면서 우리 이야기를 이슈화 시킨 인물들, 즉 정신적인 외상을 입은 환자(?)들은
프로야구 선수, 소설가, 서커스단 공중그네 곡예사, 야쿠자 중간보스 등으로 다양하고 특색있다.

그들을 대하는 의사 이라부의 태도는 한결같고 바보스럽기까지 하다.
대하는 모습은 의사로서의 관점이 아니라, 찾아온 손님들이 스트레스를 받기 전 원초적인 모습의 아이의 모습이 그것이다.
아이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논리적이지 않을 것이나
"원인에 보다 직접적이고 단순하게 다가간다."

복잡한 의학적 논리나 상담이 아닌 아이들의 시각에서 문제를 단순하게 보고 풀어나가는데,
의외로 거기에 답이 있고,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현대인의 스트레스에 대해 좀 다른 시각에서 다른 해법으로 풀어가길 권하는 이 책은
소설의 읽는 재미와 생각의 전환에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을 독자에게 선사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