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인간으로서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중요한 배경이 된 것 중에 하나가
’문자의 기록’ 과 세대를 공유함으로써 축적된 ’지식의 양과 깊이’ 일 것이다.
우리가 인지하듯이 ’인간’ 은 자연계의 여타 동물들에 비해 선천적으로 제일 강하지도 않으며,
자연 생태계에 맞서서 스스로 특히, 신체를 방어해 내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그런 인간이 실로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지식의 공유와 세대를 초월한 문명의 전해짐으로
오늘 날 지구를 완전히 지배했다고 믿고 있고,
이제는 지구의 환경과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이런저런 이슈를 통해 지구의 지배자로서 그 터전에 대한 보호활동을 하고 있다.

인류 문명의 든든한 기초 자산이 되어준 ’문자 기록’ 의 시작은 꽤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기원 전 3,500여년전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탄생시킨 수메르 인들의 이른바 ’진흙판 문자’ 가 최초라는 설과
약 2만년 전으로 추정되는 신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의 그림들을 문자로 봐야 한다는 설 등으로
’기록되어진 문자’ 라는 것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의 정의에서부터
언제를 그 시작으로 볼 것인가의 초점에 대한 공통 인식과 합의 조차도 아직까지 명확히 내려지지 않았다.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의 오래된 과거인 탓에 아직도 진위여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문자’ 가 기록되어 오고, 그 ’광대한 양의 기록이 인류 문화와 문명을 결정지었다’는 명제는 흔들리지 않는다.

동굴 벽화로부터 시작된 "새기기 활동" 은 ’어떻게 하면 여러 사람에게 효율적으로 새겨진 것을 공유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서부터 인쇄술의 발명과 발전, 보급으로 귀결되었으며
결국 오늘 날 저변화된 ’종이’ 로 만들어진 기록들에 이르렀다.

인류의 발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물질인 ’종이’ 의 보다 빠른 제작과 확산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는데,
그것을 바로 IT 기술과 인터넷 때문에 가능하게 해 주었다.

인터넷이 보급된지 불과 한 세기가 지나지 않았지만, 그 파급력은 막강한 것이어서 인류 문명 전체를 비추어
후반부 마지막 끝자락에서의 이 기술혁명에 의해 ’세계’ 라는 벽은 실질적으로 허물어지었지만,
반대급부의 국경과 지역을 넘나들지 못하게 하는 ’통제력’ 또한 크게 상실된 것이 사실이다.

아무튼, 확산과 공유라는 측면에서 이제 세계는 종이로 만들어진 기록과 전자로 만들어진 기록을
동시에 마음껏 활용하고 즐기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전자로 만들어진 기록을 ’종이’ 처럼 인식하려고 하자 ’종이’ 만 사용하면서는 몰랐던 몇 가지 문제점들이 보였던 것이다.
’전자 기록’ 은 단순한 정보의 습득과 빠른 주제 이동에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가독력과 가독환경’ 에 있어서 만큼 ’종이’ 의 그것과 상이했던 것이다.
전자문서와 그 형식이 ’종이’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혁신적인 주장은 10년 전만 해도
대중을 가슴 뛰게 하고, 생각보다 빨리 그 시기가 도래할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하지 못하면 뒤쳐질 듯, 조바심을 안겨주었는데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 실현이 계속 지연되면서
오히려 ’종이’와 ’전자’ 를 각각의 장점을 가진 매체와 도구로 특징지워 버렸다.

일반사회의 비중있는 소비량을 자랑하는 대학과 기업의 종이를 사용한 기록의 이동과 보관은
그것을 대체하려는 목적으로 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고도 여전히 ’많이 모자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공부하는 학생들 대부분의 주 도구는 여전히 책과 전자로 획득한 종이 출력물이며,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과 검토, 반복적인 업무활동은 전자의 이동이 아닌 문서 출력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직각으로 마주보는 빛의 조합인 한 형태(모니터로 글자를 봄을 뜻한다)’와
’감촉을 느끼며, 언제든 그 중심으로 또다른 도구 펜, 연필 등으로 그 흐름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실물의 형태(종이를 뜻한다)’
일 것인데, 이렇게 대체되지 못하고 익숙해지지 못할 지경에 이르면
혹시 ’전자라는 형식은 인류가 영원히 익숙해지지 못하는 기록의 형태가 아닐까?’ 하는 의문으로까지 이어진다.

과연 그럴까?
’사람’은 언제가 되든 ’전자책’으로 ’종이책’ 을 대부분 또는 완전하게 대체하지 못할까?

전자책, 이북(e-book)의 시작과 성공은 여기에서 시작되고, 그 핵심이 있다.
도서, 즉 종이로 된 책의 대체로 시작된 이 시작이 종이책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면
인류가 소모하는 많은 ’종이’는 새로운 방법에 의해 대체되고, 그 사용감이 급감할 수 있을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그 시작과 성공에 대한 관심이 무엇보다 크며 중요하게 생각된다.

이제는 시작에 불과한 이북의 런칭과 보급의 시기다.
책을 즐겨보는 애서가(愛書家)의 개인적인 입장으로
서재에 가득찬 책의 공간적 충만감과 피부로 느껴지는 질감의 만족감을 떠나서,
전자책으로의 세대교체가 
우리 인류사에서 하나의 획기적인 전환이자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인류가 만들어온 무수한 혁신과 혁명의 하나일지, 단지 한 시기의 의미있는 도전일지 모르지만
그 ’성공’의 희망과 기대가 어느 분야보다 강렬하고 은근히 지속되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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