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에 직면하면 여러 가지 형태로 삶에 대한 회의가 일어난다.
우선, 가난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형태는 수없이 많을 것이다.
우리가 가난을 정의할 때에는 정신적인 그리고 물질적인 가난의 구분부터 시작해서
시대를 살아가는 평균치의 물질적인 소유를 기준으로 하거나 특정 사물을 가지거나 그렇지 
못한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가난이 다분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성향이 투영된 것임을 생각해 볼 때,
누구나 보기에 명백한, '객관적인 가난' 이 존재한다.

먼 아프리카 원주민이나, 내전 지역의 난민들 등 그들 내부에서는 인정하지 않아서 '가난'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형편이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내 곁에서 있음을 가정할 때에는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소유 수준과는 너무 커다란 격차로 말미암아
명백히 '가난' 하다고 단정지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명백히 '가난' 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으려면
수준의 상하를 떠나 일반적인 우리 생활, 사회의 삶 속에서 예외적인 빈곤을 보여줘야
객관적으로 '가난' 한 것인데,
소설에는 객관적으로 가난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아직 '가난' 을 책임질 수도 없고, 책임도 전혀 없는 '아이들' 이다.

월세집을 구할 돈이 없어 고물차에서 생활하는 아이에게
'개'는 주변에 의지할 친구이자, 전단지에 붙어 분실한 개를 찾았을 때 사례금을 줄 수 있는,
그래서 간절히 하루라도 살길 원하는 집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다.

개를 훔쳐서, 다시 찾아주면 나타나게 될 '살게 될 집'은 
그만큼 막막하고 어두운 현실을 보여주지만
아이들은 결코 어둡지 않고 오히려 희망에 찬 시간들을 보낸다.

한정된 장소와 등장인물이지만 구성이 뛰어난 탓에 보는 내내 즐겁고,
그 즐거움으로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어느 덧 마지막을 향해 갈 때는 생활고의 유일한 대안인 사례금을 꼭 받았으면 하는
나도 어느새 개를 훔치고 돌려주는 나쁜 사람의 편이 되어 있지만
주인공이 보여주는 모습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상하게 나쁘다는 생각이 크게 들지 않는다.
그것은 충분히 나쁜 행동이지만, 고물차를 탈피할 유일한 대인이기도 한 까닭이다.

혹시 아직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 위해 마지막 결말을 아껴두고 싶은데,
아이들의 눈으로 줄곧 바라보는 소설 속의 세상이 마지막에도 아이들의 눈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