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다. 나의 첫 느낌은. "두렵다"이다.
내년에 중학교를 가는 아이가 있는 내게 이 책은 참으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현재 교사로 재직중인 황주환 작가는 이 책이 껄끄러운 독자를 만나면 본인의 글이 일정 부분 성공했다고 한다.
나는 매우 심히 껄끄럽다.
교사가 학생을 폭력으로 대하고 학생이 교사를 교사로 인정하지 않는 사건사고들을 하루가 멀다하고 마주한다.
그래도 애써 외면하고 살았다.
그런데 이 책이란 것이 책을 읽는 동안 나와 이 작가가 일대일로 마주하다보니 외면을 할 수가 없다.
교육이 경쟁인 채로 살고 있는 현실속의 가엾은 우리의 십대들이 얼마나 고통속에서 지내고 있는지 그네들의 마음을 얼마나 이해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각오를 다지게 된다.
경쟁에 치우치다보니 십대아이들이 지녀야할 감수성은 가까이 오지 못한다.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아이들에게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을 돌려주는 일이다. 자신과 타인의 기쁨과 고통을 함꼐 느낄 수 있는 윤리적 감수성을 찾을 수 있도록, 이 무한경쟁에 저항해야 하지 않겠는가 제언하는 것이다.자기를 느끼는 법을 가츠치지 않은 바로 그 이유로 아이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법도, 그리고 타인을 사랑하는 법도 모르게 되었다.
페이지 : 30~31

안타깝고 답답한 현실이다. 무엇이 우리 아이들을 이런 경쟁의 지옥속으로 떠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무엇때문에 친구를 짓밟고 감정에 흔들리지 않은 채 앞만 보고 달리는 로봇이 되어가야 하는지 알수가 없다.
대한민국에 교육은 없고 오직 입시만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너무 빨리 달려왔다. 이제는 쉬어도 되는데 쉬면 뒤쳐질까 두려워 끊임없이 뒤에 누가 따라올까 연신 뒤를 돌아보며 앞으로 달린다. 내 아이가 그러하고 옆집아이가 그러하고 우리가 그러하다.
그래서 두렵고 내 아이가 걸을 길이기에 안타깝다. 내가 어쩌지 못하는 채로 내 아이들도 이런 세상으로 뛰어들어갈걸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경쟁이 없는 나라 독일, 시험이 없는 나라 핀란드 우리아이들에게도 언젠가는 이런 세상이 올까?

초등학교까지는 비교적 순탄한것 같다. 
집앞에 중학교가 있다. 운동장에 전교생이 한번 집합을 할라치면 처음 시작은 차분했던 선생님의 구령이 호통으로 변해야 가능해진다. 그 소릴 듣고 있다보면 '왜 저렇게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지? 저러면 더 말을 안들을 것 같은데...'싶다가도 호통을 치고 소리를 버럭 질러도 꿈쩍 않는 일부의 아이들 무리를 보고 있자면 '저러니 소리를 지르지...'하고 선생님 편에 서게 된다.
닭이 먼절까, 달걀이 먼절까... 말을 안들으니 소리를 지르는 것 같고 선생님이 워낙에 윽박질러대니 말을 안듣는것도 같다.
이것은 그저 작은 부분일게다. 들여놓지 않은 발을 들여놓으려니 게다가 이미 조금 알아버렸으니 그래서 더욱 두렵다.
내가 이런 교육 현실을 개선할 힘이 없어 두렵고 내 아이도 이제 곧 그 세계로 발을 들여놔야하니 두렵다.
아이가 벌써부터 안쓰러워 안돼죽겠다.
나의 학창시절만 해도 선생님과 살갑게 친한 편이 아니라 선생님과 그리 친하지는 않았더라도 학교생활이 참 즐겁고 소중한 추억인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어떨까싶다. 그 지옥에서도 친구를 만나고 추억이 생길지 의문이다.

교육현실이 그저 경쟁으로만 치닫게 되는데는 대학이 원인이며 대학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이러한 현실을 바뀌지 않는다는 엄포를 한다. 무슨 공포 추리물보다 더 무서운 이야기로 들린다.
학교란 곳이 단순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이기전에 우리의 현실은 여러 교사들이 일하는 직장이고 교사들이 승진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이 책에서 작가는 문제를 제시하고 답을 주지 않는다. 제 아무리 현직 교사라 해도 이 교육현실에 어떤 답을 낼 수 있겠나.
나름의 대안을 제시해주고는 있지만 갈길이 멀것을 알기에 나는 지금도 그저 방관한다.

2장에서는 작가에게 영향을 준 책을 소개하며 작가가 갖고있는 책에 관한 사설을 나열해두었다.
특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어 옮겨본다.

	이 세상을 건너는 데에 책을 읽지 않아도 별 지장이 없다. 그래서인지 전문가들이 자기의 지식을 앞세우며 일이관지(一以貫之)를 말하기도 한다. 하나로 세상 모든 것을 꿰뚫는다는 일이관지는 세계를 통찰하는 가장 래디컬한 방식이자, 과히 도통의 차원이기도 하다. 나는 일이관지를 그리고 도통을 믿지 않는다. 말하자면 나는 독서하지 않는 전문가를 경계한다.
페이지 : 182

작가의 말은 그저 작가의 생각일 뿐이지만 책과 가까이 하지 않았던 나의 과거와 책을 사랑하는 현재를 놓고보면 나도 작가의 말을 백분이해하기에 깊이 공감한다.

그리고 경쟁으로 치우쳐 책 한권 제대로 읽을 시간도 빠듯해질 우리 청소년들에게 적어도 1주일에 여유롭게 책한권으로 호사를 부릴 시간만큼은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주작은것을기다리는시간, 생각의나무, 황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