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여기저기 외출하는 통에 읽을 기회를 계속 놓치고 있었네요.

병원에 잠시 갔다와서 큰 아이 공부 좀 시키는 사이, 작은 아이가 잠들어버렸네요.

마침 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있어 큰 아이와 함께 읽어보기로 했답니다.

우선, 아이에게 그릴 것들을 가지고 오게 해서 '무지개'를 그려봤어요.

 

싸인펜으로 무지개 색을 표현하고 색연필로 칠해줬답니다.

무지개를  완성하고 나서 책을 펼쳤어요.

다른 책들 같으면 곧바로 내용을 읽어나가는데, 이번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더군요.

우선, 아이와 한 장씩 넘겨보면서 그림을 보고 뭐 하는 그림일지..

생각해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이제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가 흘깃흘깃 글자를 후딱 읽고

책의 내용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걸 말리는게 약간 힘들었네요.. ^^;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나눈 뒤에 책을 읽어줬어요.

책에서 권하는 것처럼 무릎베개를 하고 읽어주진 않았지만요..

어른이 되 버린 전, 감정이 메말라서인지 '무지개'하면

반사적으로 '빨,주,노,초,파,남,보'  색깔이름이 먼저 떠오른답니다..--;

우리 아이도 저처럼 그리할까.. 걱정스러웠지요.

그런데 무지개를 그려보라고 하니,

나름 알록달록하게 색칠을 해선 이게 '무지개'라고 하니 조금 안심이 되더라고요.

책에선 앞을 보지 못하는 엄마와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것들에

무지개 색깔을 하나씩 담아냈어요.

가슴이 따뜻해지더군요..

6세인 아이에게 앞을 보지 못하는게 어떤건지 설명해주는게 조금 어려웠지만,

무지개 색깔들을 노오란 민들레꽃이나 초록 네잎 클로버 등으로 표현해주니,

색깔들이 명확하게 기억에 남아서 참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이와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무지개 색깔들을 한 가지씩 칠해보고는 

그 색깔을 가지고 있는  사물을 떠 올려봤답니다.

그랬더니,

빨강은 사과,소방차, 구급차.

주황은 귤,뿡뿡이

노랑은 바나나, 유치원버스, 병아리

초록은 풀, 나무, 수박

파랑은 하늘, 토마스기차

남색은 강, 깜깜한 밤

보라는 자기가 작년 겨울내내 신고다녔던 부츠를 떠올리더군요.

 

이렇게 해 봄으로써 아이가 무지개를 

비가 오고 난 뒤에 해가 나와야만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라,

평상시에도

아이 주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다음번에 비가 내린뒤, 해가 쨍! 나와서 예쁜 무지개를 만나게 되었을 때

아이가 어떤 이야기를 해 줄지 기대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