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출간해서 주변 장르소설 애독자들 사이에서 서서히 심상치않은 입소문을 타던 책이 있었다.

처음 신간으로 소개될 때만해도 솔직히 홍콩사람이 쓴 추리소설이라는 것 때문에 은근히 폄하하는 마음이 없지않았고 누군가가 엄청나다 대단하다는 말로 리뷰를 올렸어도 워낙 장르소설이란게 취향을 많이 타는 분야라 그러려니했었다.

근데 이 입소문이 갈수록 커지고 읽은 사람은 대부분 입을 모아 칭찬하는게 아닌가

궁금증이 생겨 결국 나 역시도 이 책을 선물받기에 이르렀고 그토록 궁금했지만 꼭 읽을 책이라 생각해서 그동안 다른 사람의 리뷰도 읽지않았던 내가 내 눈으로 이 책의 유명세를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읽고 난 후의 감상은...

많은 사람이 입을 모아 칭찬을 한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건 해결을 하는 데에 있어서는 한 점의 의혹도 없이 깔끔하게...그 과정을 보면 저절로 머릴 끄덕이게 했고 우리완 달리 총기를 사용할수 있는 홍콩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총격씬에 있어선 그 긴박감과 아슬아슬함이 잘 표현되어 있어서 안락의자 탐정답지않은 현장감을 느낄수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2013년부터 1967년 사이에 있었던 사건중심으로 6편의 이야기가 마치 서로 다른듯 시간의 흐름속에 연결되어있는 다소 색다른 구조다.

곧 죽을 운명을 한 채 의료장비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전설의 탐정이라 불리우던 관전둬가  침대에 누운채 말도 못하고 숨도 스스로 호흡하지못한 채 사건해결을 위해 처음 등장하는 1편 `흑과 백 사이의 진실`을 보고 얼핏 제프리디버의 유명 캐릭터 링커라임이 떠올랐지만 이 편에선 그의 역활은 단지 그가 존재한다는걸로 끝날뿐 그의 제자이자 아들같은 뤄샤오밍의 독무대였다.

끈적끈적하고 어두운 악의로부터 사건의 진실을 찾아나가는 뤄 독찰의 모습은 일반 형사의 모습과 닮은듯 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사건해결을 위해서는 법의 테두리안에서만 움직이고 그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에 있어선 심증이 가도 더 이상 손을 대지못한 기존의 형사캐릭터와 달리 그는 범인을 잡기 위해선 은근한협박을 하거나 덫을 놓기도 하는등 물불 가리지않는 모습을 보여준다.그것도 경찰제복을 입고서...

경찰의 존재이유와 경찰이 가져야할 자세에 있어서 분명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 모습이 상당히 멋지게 보였다.

이런 그의 태도는 그의 스승이자 이 책의 주인공인 관전둬에게서 배운 것인데 첫편을 제외하곤 모두 그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홍콩의 특징상 삼합회와 같은 폭력조직과의 대결이나 검거를 위한 전쟁같은 사건이 많은데 마치 오래전 유행햇던 홍콩 느와르의 한장면을 보는듯 했던 `가장 긴 하루`와 `테미스의 천칭`은 특히 이런면이 두드러진 이야기였다.

`죄수의 도의`에서도 폭력조직이 나오지만 이 편에서는 특히 과감한 트릭과 기발한 발상이 돋보였으며 생각도 못한 반전으로 놀라게 해줬다.

첫편과 단 한줄로 연결되어 다 읽고서 맨 처음 사건으로 다시 돌아가게 한 마지막 이야기 `빌려온 시간`은 관전둬가 경찰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연히 사건속에 휘말리게 된 그가 사건 해결을 하기 위해 몸소 고생하고 뛰어 다니는 갓 스물된 앳된 관전둬를 만날수 있었다.

 

다른 나라와 달리 부침을 겪은 홍콩사회와 그 시절을 관통하듯 겪은 전설적 인물인 관전둬의 일생을 역순으로 풀어나간 13.67은 각 단편을 통해 어디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한 이웃사이더로서의 홍콩시민들의 좌절과 혼란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시절 그들이 겪은 실제의 사건과 이야기가 한데 얽혀 그 당시의 시대상을 볼수 있었다.

`당신이 보호해야 하는 건 홍콩정부야 아니면 홍콩 시민이야? ` 라며 보잘것 없던 청년 관전둬가 경찰을 향해 일갈하던 장면에서 그가 가장 가치있게 여기고 중요하게 생각하던 철학이 나온다.

그리고 그의 이런 태도는 줄 곧 이어져와 우리가 마음속으로 원하고 바라던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유혹과 외압에도 흔들리지않고 사건 해결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반드시 해결하는...진정한 작은 영웅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