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얼마전 노령화로 할 수없이 보내야했던 둥이(진도견)을 가끔씩 찾습니다.

우리가 직접 키웠던것도 아니고 단지 친정집에서 가끔씩 보았을뿐인데 몇 달이 흘렀건만 느닷없이

"둥이는?"

불쑥 꺼내는 말에 가슴이 아려오네요.

 

이 <사랑해, 나의 작은 친구야!>를 읽고있으려니 제 기억에선 점점 엷어지고있지만

아이들의 기억 저 편에 아직도 선명히 자리잡고있는 둥이의 존재가 문뜩 떠오르더군요.

지나가는 남의 개만봐도 눈길을 쏟기 마련인데

하물며 내가 사랑하고 정성을 쏟았던 동물과 헤어지게 된다면 가슴이 저리고 아파올게 뻔하지요.

 

어느 날 로라는 길을 걷다 발견한 작은 오리를 정성스레 보살펴 튼튼한 오리로 재탄생시킵니다.

따뜻해진 날씨에 친구 오리들과 헤엄을 칠 수있게 연못에 띄워주지만 자기곁을 떠날까 두려워

"사랑해. 나의 작은 친구야."

속삭이며 언제까지 함께 해줄 것을 기대하네요.

하지만 야생 오리들의 울음소리에 사랑하는 오리의 진짜 삶을 찾아주기위해 나는 법을 알려주고

"넌 날 수 있어."

힘을 북돋아 멋진 비상을 이끌어줍니다. 그러면서 마지막 한 마디

"빨리 돌아와야 해."

작은 목소리를 내어보네요.

 

오리는 날지 못한다는 정설을 깬 동화이지만

그 오리를 통해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게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작고 연약해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없지만 로라가 오리를 정성과 사랑으로 보살펴준것처럼

부모의 보호아래 아이들은 성장해가고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에 적응하는 법을 배워 성인이 되어갑니다.

그러다 혼자 힘으로 살아가기위해 부모님과 다른 공간에서 조금은 다른 생각을하며 다른 패턴으로 생활하게되고 학업이나 직장또는 결혼등으로 완전한 독립을 하게되는 과정과 비슷하다할까요?

하지만 그런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들은, 로라가 오리를 영영 보내지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자식과 끈이 끊어졌다 생각하지않고 시간이 갈 수록 더 많은 관심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인간사를 작게 축소해놓은 어린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고 생각해봅니다.

 

섬세한 연필 뎃생위에 엷게 칠한 파스텔톤의 그림화풍은

이 책이 많은 글을 담고있지않아도 충분히 로라의 사랑을 그림으로 풀어가고있으며

화려한 문구를 대동하는대신 물기를 담뿍 머금은 수채화처럼 사랑의 아득한 여운을 조용히 보여주는 듯합니다.

아무렇게나 표현한 듯한 바람에 흔들리는 초원의 움직임또한 세상밖으로 날아가려는 오리의 비상을 돕고있네요.

 

후반부

"빨리 돌아와야 해."

작게 말하지만 꼭 돌아오지않아도 오리의 존재를 잊지않으려는 로라의 사랑을 반어법적으로 표현한 듯 강한 메시지를 남겨주고요.

 

많지않은 글밥으로 유아를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이 책이 담고있는 방대한 뜻을 이해하려면 좀 더 커서까지 책을 소장하고

가슴이 휑~~할때 한 번씩 꺼내 읽다보면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신듯 가슴 속이 꽉 차옴을 느낄 수있을 것같은 서정적이 한 권의 책이였습니다.

 

(독후활동)

빠른 5세 우리 하린양은 이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제 손을 잡더니 다시 한 번 읽어달라며

여운을 감미하는 듯한 눈길을 보내더군요.

마침 제가 바쁜 일이 있어 아빠께 독후활동을 맡기고 돌아와 보니

아기 오리가 멋지게 비상한 장면이 인상적이였던지 그 장면을 catch하여 책과는 다른 색감으로 그림을 그려놓았더라구요.

제가 물어보니 좀 더 재미있게 표현해주고 싶어서 여러 색의 크레파스로 옷을 입혀줬다는데 우리 하린양의 마음이 지금 이렇게 밝은 상태가 아닌가 좋은 쪽으로 해석해봤답니다.
그리고 ’아기 오리가 튼튼하게 자라서 하늘을 나니깐 엄마 새 같았다’ 짧게 느낀 점을 아빠의 대필로 적어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