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서 현재까지 면면히 흐르는 조선의 역사는 궁궐의 모습에서 그 찬란함을 느낄 수 있다. 궁궐은 왕실 가족의 생활공간이자 백성을 바로 다스리기 위한 정치가 행해졌던 곳이다. 일반 백성이 함부로 드나들지 못했던 신비스런 공간이기도 하며, 누구나 궁궐안의 세상이 어떠하였을까 상상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범접할 수 없는 곳 이였기에 더욱 호기심 당기는 것 아닐까.  현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왕이 되어 왕비가 되어 선비가 되어 궁궐의 이곳저곳을 탐험하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궁궐로 찾아든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언제나 아름다운 궁궐 여행은 걷는 이로 하여금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예술 문화 가치를 실감하게 한다.

궁궐에 관한 여러 체험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눈높이에 적절히 맞는 책은 찾기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은 ‘정말 딱이다’ 할 만큼 잘 만들어져 있다. 머리말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속담을 들어 궁궐에 가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고자 책을 만들었다고 이야기 한다. 난 느끼는 것이 아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는 것에 집착하여 정말 중요한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면 궁궐을 지은 여러 공인의 숨결을, 큰 뜻을 놓치는 것이다.  그리고 ‘왕이 되거라!’ 하며 ‘왕이 이곳에서 무엇을 했을까 신하들은?’ 라는 상상을 하며 돌아다니라고 한 부분이 맘에 쏙 든다. 나랑 동떨어진 그냥 좋은 곳이 아니라 내가 상상해보며 감동하며 거닌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궁궐이 우리의 자랑스런 역사로, 소중히 보존해야 할 유산으로 생각될 테니까 말이다.

궁궐에 대해서도 친절히 설명하여 아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궁은 임금과 왕실 가족들이 사는 곳을 뜻하며, 궐은 궁을 둘러싸고 보호하는 담을 뜻한다고 한다. 또한 다른 시대의 궁궐은 왜 사라졌는지 아직 남아 있는 궁궐은 몇 개인지, 왜 서울에 남아 있는지도 상세히 설명한다. 또한 삽화도 궁궐의 전체 모습, 위치, 종묘와 사직 방향, 4대문의 위치 등 아이들이 전체를 이해 할 수 있게 잘 만들어져 있다. 또한 궁 하나하나의 설명도 궁의 입구부터 안쪽까지 순차적으로 설명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궁의 전체 모습을 조망할 수 있게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곳곳에 상세한 팁이 배치되어 있어 아이들의 이해를 높였다. 참 세심한 배려가 아닐 수 없다. 더 좋은 점은 글의 어투가  읽는 아이들에게 편안하게 설명을 들려주는 것처럼 되어 있어 쑥쑥 읽어 나가기에 무리가 없다. 다만 사진 안쪽에 배치되어 있는 만화 캐릭터는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p29 사탕을 들고 흥례문 앞에 있는 남자 어린이의 옷에는 영어로 나는 사탕을 좋아한다고 씌여져 있다. 현재의 아이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궁궐 여행을 떠난다는 취지는 좋지만 궁 안에서 영어가 씌여진 티셔츠를 입고 사탕을 빨고 있는 그림은 영 보기 안 좋았다. 우리의 것 우리의 문양을 좀 더 많이 배치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아이들이 읽기 쉽고 궁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이 책을 난 자주 들여다 볼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과  터임머신을 타고 아름다운 5대 궁궐을 여행하는 이 예쁜 책을 들고 가을 낙엽을 밞으며 조잘조잘 댈 그 날을 계획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