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해서 치열하게 일해야 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윤영은 매마른 삶을 살아갈수밖에 없었다.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는 무능력한 남편을 고시원에서 만났다. 아이를 갖게 되어 결혼하기로 맘먹고 남편이 시험에 붙을때까지 뒷바라지를 해야만 했다. 윤영에게는 그가 시험에 붙는일만이 살길이었다. 이제 젖을 떼기 시작한 어린 아이와 남편을 옥탑방에 두고 윤영은 물가의 왕백숙집으로 일하러 간다. 왕백숙의 왕사장은 지독한 짠돌이이고 일만 시킨다. 남은 반찬도 가져가지 못하게 한다. 왕사장의 권유에 돈이 필요했던 윤영은 마지못해 별채를 드나들게 되었다. 아이와 남편과 함께 살아가려면 돈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쁜 줄 알지만 몸을 팔 수 밖에 없었다. 처음이 힘들었다. 그 처음이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 일을 하면서 별채에 들어가는 횟수가 늘어나면 그만큼의 수입이 생기게 된다. 안할수가 없었다. 처음 아이를 잘 키우고 먹여 살리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돈을 벌어야 살아갈 수 있었다. 아이를 보느라 하루에 책 한 장 넘기기 힘든 책상 위의 남편책을 보면 화가난다. 무능력함을 미안하다는 말로 때우는 남편이 짜증나고 싫다. 자신이 어떻게해서 돈을 버는데 유일하게 살길은 남편이 시험에 합격하는 일인데 하루종일 공부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이만 키우고 밥 하고 설거지 하고 빨래하는 남편의 모습이 윤영이 달갑지가 않다.

 

윤영에게는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하는 가족들도 있었다. 어린시절부터 자신과는 다르게 잘났던 동생 민영은 윤영의 집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배운 사람이었다. 그런 민영은 사업을 해보겠다고 하지만 도박에 빠져 집안의 있는돈 없는돈을 다 가져다 쓰고 빚까지 내며 윤영의 남은 돈마저 다 가져가 버리고 결국은 스스로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 병들어 있던 아빠는 간호해줄 돈이 없어 입원시켜드리지도 못하고 약값마저 내기 힘들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2년여를 병수발을 드느라 가족 모두가 고생했다. 엄마마저 사기꾼에게 돈이 떼이고 남동생도 별반 다를것 없이 그녀를 힘들게 한다.

 

그녀에게 가족은 그랬다. 그래도 혹시 이것보다 최악이 있을까 싶어 정말 최악을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래도 자신이 생각했던 최악보다는 낫겠지 생각하며 살아본다. 하지만 또 뜻하지 않는 최악이 불어온다. 남편은 일을 하겠다고 나가다 사고로 다치게 되어 입원하게 되고 아이는 두돌이 지나도록 걷지 못해 발육장애로 병원에 다녀야 한다. 엄마도 병들고 남동생은 아는 사람에게 사기를 쳐서 그 돈마져 또 갚아나가야한다. 윤영은 왕백숙집을 그만두고 삼겹살집으로 이직을 해보았지만 부수입은 역시 왕백숙집만하지 못해 결국 다시 왕백숙집으로 출근하게 된다. 하루 열두시간을 꼬박일하고 추가로 일을 더하기도 하고 2차로 다른 수입을 챙기기도 한다. 그녀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자신의 가족을 살릴수있었다. 그녀의 집에서는 그녀가 유일한 수입원이었다.

 

너무나도 우울한 윤영의 일상이었다. 세상은 그렇게 엎친데 덮친격으로 불행이 밀려오는 순간이 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방황하게 된다. 윤영은 능력없는 남편에 장애가 있는 아이, 나이들어 병들어 버린 엄마에 사기쳐 도망다니는 남동생까지 있다. 그녀라고 그렇게 살고 싶었을까? 그녀가 유일한 돈줄이었다. 가족들중 가장 멀쩡했다. 병들어 아버지가 죽어도 슬퍼할수 없었다. 오히려 기뻤다. 더이상 돈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니깐.. 그게 현실이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가야했다. 그런 현실이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살면서도 윤영은 다시 또 시작해보려한다.